경마 선진국은 가족이 함께 하는 레저스포츠로 인식
한국은 도박의 수단으로 낙인 찍힐 때까지 '수수방관'
정부가 추진하는 말산업 육성 정책도 토대는 경마산업

한국마사회법은 공정한 경마 시행과 말산업 육성을 통해 축산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법은 공정한 경마 시행과 말산업 육성을 통해 축산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를 설립하여 경마(競馬)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의 육성에 관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함으로써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마사회법 제1조(목적)이다.

그리고 ‘경마란 기수가 타고 있는 말의 경주에 대하여 승마투표권을 발매하고, 승마투표 적중자에게 환급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제2조)’

한국마사회법에 근거하고 있는 한국마사회의 존재 이유다. 공정한 경마시행과 말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여가 선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마는 베팅(결과가 불확실한 일에 돈을 거는 행위. 도박, 경마, 주식 매매, 외환 거래 등에서 쓰이는 말)이라는 도박적인 요소, 경주마 생산·관리라는 산업적 측면과 사회기여라는 공익적 요소, 추리하고 즐기는 레포츠적인 요소가 혼재돼 있다. 이러한 경마의 속성은 스포츠 토토의 모태가 되기도 한다. 단순히 베팅 관점에서가 아니라 프로선수들이 참여해 실력을 겨루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는 스포츠 속성도 함축돼 있다.

그러다 보니 이 가운데 어느 부분에 더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경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마를 유희로 생각하고 경주마와 교감하면서 소액으로 베팅 과정을 즐기는 이들에게 경마는 도박이 아닌 건전한 레저스포츠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베팅하고 금전적인 이득에만 몰두한다면 도박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 역시 장기적인 투자 개념이 아니라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든다면, 이 역시 건전한 투자가 아닌 도박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목적에 따라 가치와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마든 주식이든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고, 정부가 해야 될 일도 바로, 소비자들이 도박이 아닌 건전한 투자의 길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 즐기기 위해 경마자 찾는 가족단위 관람객도 꽤 많아

실제로 경마장에는 하루를 즐기러 오는 가족단위의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 국민들에게 '경마=도박', 그리고 '마사회=사행사업자'라는 인식이 각인된 것도 사실이다.

그 동안 경마가 건전한 레저스포츠나 국민의 여가증진이 아니라 도박의 수단으로 낙인이 찍히도록 정부나 마사회가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윤민중 경북대 교수는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하는 멜번컵 시즌 호주 경마장이나 할아버지와 손자가 핫도그를 먹으며 출전한 말의 족보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미국 경마장, 주일 예배를 마친 후 가족이 경마장을 찾아 베팅하며 가족행사를 하는 프랑스 경마장의 모습은 경마가 도박이 아닌 레저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의 베팅 목적도 단순히 배팅을 통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말과 기수, 조교사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윤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우리도 '경마=도박'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고, 이를 통해서 경마산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말산업 발전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말산업이라고 하면 경마와 말을 생산·육성하는 축산업의 하나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1차 산업인 축산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련 재화를 생산하는 2차 산업, 레저와 관광, 문화 등이 어우러져 서비스를 창출하는 3차산업이 복합된 6차산업이다.

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도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제1차 5개년 종합계획(2012~2016년)에 이어, 현재 2차 5개년 계획(2017~2021년)이 진행 중이다.

◇ 말산업에서 경마부문이 차지하는 비율 90% 넘어

1차 5개년 계획을 통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경마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국내 말산업에서 경마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78%지만 여기에 경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마주, 생산부문까지 고려하면 90%를 웃돈다. 반면, 경마와 함께 말산업의 양대 축으로 삼고자 했던 승마는 3.3%에 그치고 있다. 승마시설까지의 접근성과 승마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말산업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말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승마시설과 복합단지 조성, 말산업 특구 활성화, 2021년까지 500㎞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농어촌 승마길 사업 역시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말산업 육성을 위해 제1차 5개년 종합계획(2012~2016년)에 이어, 2차 5개년 계획(2017~2021년)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말산업 육성을 위해 제1차 5개년 종합계획(2012~2016년)에 이어, 2차 5개년 계획(2017~2021년)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한 경주마 생산농가는 “정부가 말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진정성이 의심될 정도”라며 “현실적으로 말산업의 90%를 차지하는 경마산업을 놔두고 말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계획하는 말산업 육성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경마산업이 사행산업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레저스포츠’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도록 해야 한다”며 “한 예로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 도심 장외발매소의 경우 온라인 베팅 시스템이 도입되면 외곽으로 이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하는 새로운 발매소를 말 관련 테마공원으로 개발해 지역주민들이 쉽게 말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말산업은 결국 말과 인간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 말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며 “그래서 말 테마파크 같은 것들이 경마나 말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얘기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마의 부정적 측면만 주목해 규제에 집중 할 것이 아니라 국가 말산업의 재원을 마련하는 순기능에 초점을 맞춰 경마의 건전한 발전을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전체적인 말산업 발전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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