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열린 경주마 낙찰률 1년 전보다 6%포인트 하락
경마 진행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주들은 말 구입 꺼려
"말산업 발전 논할 때가 아니라 침체 막아야 할 상황"

"경륜이나 경정과 다르게 경마는 복합산업의 결정체입니다. 말의 생산과 육성을 담당하는 생산자, 말을 구입하고 공급하는 마주, 말을 관리하고 조련하는 조교사와 기수 그리고 이러한 모든 소요비용의 재원을 마련하는 시행체(한국마사회)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순환시스템이 근간을 이루는 산업입니다.(중략) 정원 20% 수준의 제한적 고객 입장을 해서라도 경마의 조속한 시행을 허가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언택트 경마시행을 위한 온라인마권 발매 입법을 서둘러주십시오."

경마 유관산업 관계자 및 영세업자들이 지난 7월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제한적 경마고객 입장과 언택트 경마 시행을 촉구하는 탄원서 중 일부이다.

탄원서에는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경기도말산업발전협회의(전국승마사업자협회)·한국馬연구회·한국말조련사협회·한국말산업학회·한국말산업중앙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경마팬 대표 단체인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등 19개 단체도 '경마 관중 입장 허용 및 언택트 시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회, 정부 관계부처 등에 지난 11일 전달했다.

그리고 지난 7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오영훈(제주시을) 의원과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의 주최로 정부 관계자와 경마 관련산업 종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마산업 정상화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코로나19 이후 경마산업의 새로운 발전 전략이었지만, 발표와 토론의 핵심은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 여부로 귀착됐다.

코로나19로 사실상 중단된 경마로 위기에 처한 경마와 말산업 관련 단체와 종사자들이 제한적 경마고객 입장과 온라인 마권 시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회, 정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과천 경마공원.
코로나19로 사실상 중단된 경마로 위기에 처한 경마와 말산업 관련 단체와 종사자들이 제한적 경마고객 입장과 온라인 마권 시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청와대와 국회, 정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과천 경마공원.

탄원서가 잇따르고 긴급 좌담회가 열릴 정도로 말산업은 경마 중단으로 심각한 위기에 몰려 있다. 생산농가 뿐만 아니라 경마 정보 공급과 유통, 경마장과 각 지점 내외 식당, 매점 등 간접 산업에도 수만 명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마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고, 결국 탄원서까지 제출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마산업은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마사회를 비롯해, 국산 경주마를 생산하는 농가, 경주마를 사들여 운영하는 마주, 그리고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 등 경마 유관단체와 경마공원 내 부대시설, 경마 예상·전문지, 말장구·사료 생산 등 관련 종사자들로 구성된 대규모의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 경마 중단으로 생산-유통-경주-재투자 선순환 구조 무너져

생산농가들이 생산한 말을 마주들이 구입을 하고, 경주마를 구입한 마주들은 관리사와 조교사의 능력을 빌어 말을 관리, 훈련한 후 기수를 통해 경주에 출전시키게 된다. 그리고 경주 결과에 따라 획득한 상금을 가지고 재투자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경마가 중단되면서 이 같은 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올해 5차례에 걸쳐 경매시장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3월과 5월 예정됐던 두 차례 경매는 이미 물 건너갔다. 우여곡절 끝에 7월에 시장이 열리기는 했지만 낙찰률이 24.6%에 그쳤다. 1년 전인 2019년 7월 낙찰률(30.6%)에 비해 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한 마디로 "경마가 열리지 않으면 애써 키운 말도 팔리지 않고,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주를 탓할 수만도 없다. 경마가 열려야 경주마를 경주에 출전시켜 상금을 받는 등 수익을 올리고, 또 이것을 토대로 재투자를 해야 하는데 경마 개최의 지속성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경마 중단이 생산농가는 물론, 마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 국산 신마(新馬)도입 두수 지난해 대비 13% 줄어

국산마 육성의 기초인 경매가 무너지며 촉발된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새롭게 데뷔를 준비해야 하는 경주마들의 유입이 줄고 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경마장별 국산마 신마(新馬)도입 두수는 전년 대비 약 13%, 말들의 총 거래가로는 21%나 줄었다. 육성 사이클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주마의 경우 신마들의 유입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농가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결국 경마산업 전반의 위기로 커질 수 있다.

불확신 경마 개최 여부로 마주들이 경주마 구입을 주저하면서 지난 7월 열린 경주마 경매 낙찰률은 24.6%로 지난해 7월(30.6%)에 비해 6%포인트 떨어졌다. 사진은 제주의 한 경주마 목장. 한국마사회 제공.
불확실한 경마 개최 여부로 마주들이 경주마 구입을 주저하면서 지난 7월 열린 경주마 경매 낙찰률은 24.6%로 지난해 7월(30.6%)에 비해 6%포인트 떨어졌다. 사진은 제주의 한 경주마 목장. 한국마사회 제공.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만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장은 “경마를 단순히 사행산업이라는 한 쪽 면만 보지 말고 산업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고 무관중 경마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생산 농가들이 살아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국산마 생산농가는 278가구(제주 212가구, 내륙 66가구)로 파악되고 있고, 이들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 수는 제주 2259두, 내륙 398두이다.

백국인 서울마주협회 경마분과위원장은 "지금 시점은 말산업 발전이 아니라 더 이상의 침체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위기의 심각성을 역설했다.

백 위원장은 "말산업 회생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온라인 경마밖에 없다는 것을 말산업 종사자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주무부처인 농림식품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남 의원은 “경마 중단 장기화에 따른 관련산업 피해규모가 상당하고, 합법적인 경마중단으로 불법사설경마가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며 "사회적 문제가 많은 현재의 장외발매소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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