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영업시에 하남시 대형유통 밀집도 분당의 3배 '초유'
골목상권 고사위기 불보듯…대형 마트간 골육상쟁도 불가피

4월 22일부터 하남시 코스트코 임점 반대 대책위원회 지도부는 하남시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무기한 릴레이 농성에 들어갔다.

오는 4월 30일 하남시 코스트코 개점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하남시 소재 7개 단체 소속 1천여 소상공인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2시 하남시청 앞에서 코스트코 오픈 반대집회를 열고, 코스트코까지 왕복 가두행진을 벌인 바 있다.

하남시 코스트코 입점 허용과 관련해, 유통법에 규정된 상권영향평가서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걸까?

코스트코 입점 후폭풍, 하남시 구도심권 골목상권 고사 '위기일발'

4월 22일부터 코스트코 입점저지 대책위원회 집행부가
하남시청 앞에서 무기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남시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허용 시 구도심 상권은 완전히 대형마트에 둘려싸여 포위된 것처럼 보인다. 구도심 상권으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 길목마다 대형마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재래시장과 구도심 상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구 26만 명인 하남시에는 현재 홈플러스와 이마트, 그리고 스타필드 2개 등 4개의 대형마트가 이미 성업 중에 있다. 여기에 글로벌 공룡 유통기업인 코스트코까지 개점을 허용을 하게 되면, 하남시는 인접 도시인 분당에 비해 인구대비 대형마트 밀집도는 3배를 넘어서게 된다. 아마도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이렇게 대형마트 밀집도가 높은 도시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물론 소비자의 구매선택권 보장이라는 소비자 후생 관련 권리보장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남시의 경우 소비자 선택권은 코스트코 입점 이전에 이미 충분히 보장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전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한 91로 집계됐다. 4분기 연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업태별로는 온라인쇼핑은 103으로, 홈쇼핑은 100 나타났지만, 대형마트는 92로 나타났다.

이런 점은 앞으로 상당 기간 대형마트간의 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동안 소상공인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처진 격’이 돼 상당한 피해를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이미 선진 각국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은 대형마트가 가격을 대폭 올려 물가인상 걱정과 함께 소비자 후생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진입은 종국에는 소비자 후생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상권 폭풍 흡입 '공룡' 대형마트 등록제에 '소상공인' 등골 휘어

우리나라는 WTO 가입을 계기로 유통법을 개정해 유통시장을 개방한 바 있다. 당시 대형마트가 도심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완전히 제거한 것이다.

선진국의 대형마트는 대부분 도심 외곽지역에 설치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대형마트들은 기존 상권에 침투해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안겨주는 참혹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국회 속기록을 보면, 정부 입법 발의된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서 단 한마디의 논의조차 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때문에 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수백만 소상공인들은 엄청난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고, 현재까지도 이런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대형마트 손들어주는 상권영향평가제

대형마트의 기존 상권 진출과 관련해, 정부는 2013년 상권영향평가 및 지역협력계획서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형해에 불과했다. 불이행 시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형마트들은 서류를 알맹이 없이 형식적으로만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했고, 지자체는 이를 적당히 수용하고 넘어갔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요식 행위요 절차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상권영향평가제도의 도입취지는 대형마트 개점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권 내 소상공인들의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피해보상을 위한 협상근거로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상권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형식적으로 작성됐다면, 대형마트와 지역 소상공인들의 상생협력회의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겉돌 수밖에 없을 것이다.

FTA 체결과 관련해,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이해관계인들에 대한 피해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피해보상책을 마련한 후 국회비준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FTA 체결당사자인 정부가 피해영향조사 책임을 부담하는 것처럼, 상권영향조사도 등록을 허용한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책임 하에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보상책 마련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에서 상권영향평가와 관련된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받고, 지난 2월 27일 유통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3Km 영향범위는 업종별로 분석해 대폭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업종 범위도 대폭 늘어나야 할 것이다. 또한, 소상공인들도 스스로 상권영향평가를 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상호간 피해 정도에 대한 협상과 보상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29일 하남시 코스트코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주최로 1천 여 명의 지역 소상공인들이 하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29일 하남시 코스트코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주최로
1천 여 명의 지역 소상공인들이 하남시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코스트코가 하남시에 제출한 상권영향평가서는 유통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작성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산업연구원이 하남시에 제출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관련법에 따라 상권영향평가서의 재작성을 요구하는 행정절차를 밟고, 이를 빌미로 등록을 거부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법률에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마땅할 것이다. 이제라도 하남시는 상권영향평가서를 제대로 작성한 다음 협상에 착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통시장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중기벤처부 존재 '의문'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해 지역 소상공인과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 진입관련 사업조정, 의무 휴일제 도입, 영업시간 제한, 또는 판매품목 제한 등과 관련된 논쟁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상공인들의 주장은 관철되지 못했다. 사업조정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대형마트가 불법적으로 은밀한 뒷돈 거래를 통해 자율조정 처리한 수많은 사례들에 대해 암묵적으로 묵인한 책임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규정된 소상공인 피해 관련 부분은 해당 법 제정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관련 법조항들은 상생법으로 이관하든지,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부는 유통법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기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켜 준 이유도 이런 것들을 제대로 해결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차제에 문재인 대통령의 소상공인 공약사안 전체에 대한 이행여부도 면밀하게 점검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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