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연 칼럼]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오너리스크
[이호연 칼럼]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오너리스크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19.0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사들의 주가가 지난 16일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기업인 금호산업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 그룹사들의 주식가격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지난주부터 매각 가능성이 높게 예상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현재까지 거의 2배나 올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군소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대박을 친 셈이 된 것이다. 만약 재벌기업 계열사들이 모두 대주주 패밀리 손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오를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론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이다. 단순히 대주주가 바뀐다고 해서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순현금 흐름이 늘어날 이유는 전혀 없다. 수익창출력이 크게 개선된다거나 비용이 대폭 줄어들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의 디폴트 리스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즉,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사들의 현금흐름에 대한 위험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시아나 항공의 디폴트 리스크는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의 외부 환경적 요인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과거 무모한 기업 확장으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 현금흐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오너리스크이었던 것이다. 오너일가의 과도한 욕심이 화(禍)를 불러와 미래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훼손한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그동안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주주가 군소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양 삼아 대주주 일가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기업경영을 해왔다는 것이 위험요인의 요체였던 것이다.

2012년 이스라엘의 재벌체제가 사라지면서,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재벌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혹자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도 재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재벌체제와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영자가 개인적인 부를 쌓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기업경영으로 번 돈은 전부 재단에 귀속된다. 스스로 벌어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고 해외유학을 다녀와야 하고, 해군장교 복무를 해야 하고, 수십 년간에 걸쳐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경영자가 될 자격조건을 갖추게 된다. 발렌베리 일가 구성원들의 살림살이 수준은 일반인과 거의 다를 바 없지만, 기부는 귀족처럼 하고 많이 하고 있기에 스웨던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30대 새파란 나이에 일천한 경험을 가진 채 거대한 재벌그룹의 경영자 자리를 꿰차는 우리의 재벌일가 경영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있는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칭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주된 이유는 독특한 재벌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가족 경영체제는 계열사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로 인해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재벌가족 구성원이 거래 중간에 끼어들어 검문소 통과비를 받아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부당한 거래를 용인한 기업의 경영자나 이사회 구성원들은 군소주주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훼손했기 때문에 연대해 배임행위를 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회사의 재산과 이익을 보호해야 하기 위해 건전한 내통제제도 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관련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재벌경영체제의 부조리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입장을 취해 문제 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인수자로 거론되는 SK, CJ, 한화, 롯데 등은 모두 재벌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금호그룹에서 또 다른 재벌로 바뀌게 된다면, 재벌의 폐해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싱가폴의 리콴유는 국가 산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과 비교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대기업 위주의 산업화 정책을 펼친 반면, 싱가폴은 싱가폴에어라인 등 주요 산업을 국영기업으로 성장시킨 까닭에 재벌기업의 폐해가 전혀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재벌 기업체제가 없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재벌 체제에 대한 규제 관련 조항이 포함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의 상당부분은 재벌 규제 조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김상조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재벌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전면적인 재벌개혁을 포기한 것이라면, 점진적으로라도 재벌개혁의 단초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부터 재벌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정부가 나서서 국민연금 관련법 등을 개정하고, 유능한 항공서비스 경영자를 찾아 MBO(Management Buying Out) 등의 M&A 기법을 구사해 아시아나 항공을 국민 기업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을 제안한다. 혹자는 연금사회주의 위험 등의 문제를 거론할지 모르지만, 항공서비스산업 전문가의 경영능력은 재벌기업가족 구성원보다는 훨씬 탁월할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나 소액주주 보호차원에서도 좋은 일이다. 문제는 정부의 경영간섭을 최소화하면서 투명경영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기금의 스튜어십코드도 글로벌 수준으로 정비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스트레이트뉴스=이호연 선임기자]


주목도가 높은 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