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실징후 기업 총 231개사로 집계,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
브릿지론, 증권사 만기 익스포저 중 46%...저축은행 자기자본 대비 68%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제공.

4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위기설이 확산된 가운데, 사업이익으로 조달한 자금의 이자비용을 감당 못하는 '한계기업'들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이슈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원회는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열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고금리,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연체율이 상승 추세”라며 “▲PF 대주단 협약 ▲캠코 정상화 펀드 ▲업권별 PF 펀드 ▲경·공매 등으로 부동산 PF 대출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부동산 PF대출 만기가 집중돼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PF사업장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연착륙과 질서 있는 정리를 위해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김 부위원장 발언은 ‘다음달 국내 부동산 PF 시장 전반이 위기를 겪을 것’이란 풍문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날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조합원 부실 현황, 보증금 청구 및 지급 증가 등 채권관리 현황을 공유하고 4월 위기 발생 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본부 임원 및 팀장, 전국 지점장 등 관리자급 임직원을 모두 소집한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부동산 PF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신용시에 부정적 이슈가 불가피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신용위험평가 대상 3578개 기업 중 부실징후 기업은 총 231개사로 2022년 대비 46개사가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지속적인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금융기관 건전성이 저하됐다”며 “여기에 글로벌 수요부진 현상까지 고려했을 때 올해 신용 시장에는 부정적 이슈의 우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이는 신용도 하향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은 상거래대금 지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상대적 파장이 적지만, 기업회생절차의 경우 강제집행 금지, 보전처분 명령 등 모든 채무상환에 제한이 가해지므로 파급효과가 크다.

한국신용평가는 기업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우선 B ~ CCC등급을 부여한 뒤, 자율협약 진행과정을 모니터링해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평가를 한다.

한신평이 평가한 회사채가 출자전환에서 제외된다면 CCC에 가까운 등급이, 출자전환 대상이 된다면 C등급에 가깝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파산 및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된 회사에 대해선 D 등급을 부여한다.

건설현장. 픽세베이 제공.
건설현장. 픽세베이 제공.

성 연구위원은 “한계기업들의 신용 이슈 발생 가능성이 일정 수준 높아졌다”며 “구조조정제도별 일반적인 양태를 벗어난 케이스도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부지 매각, 시공권 포기 등을 통한 종료를 택하는 경우 건설사의 PF 채무부담 및 금융기관들의 추가 자금지원 부담은 덜 수 있는 반면, 지속적인 공사대금 유입을 통한 건 체력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PF 사업 영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각 금융경제기관에선 부동산 PF 위기가 증권업과 보험업, 저축은행업계 등 제2금융권에서 우선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한신평에 따르면 국내 29개 주요 증권사는 올해 안에 약 10조3000억원 규모의 주요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에 대응해야 한다. 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증권사) 9개사의 올해 주요 부동산 익스포저 만기도래 규모는 6조9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3조2000억원)의 비중(약 46%)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브릿지론은 본PF로 가기 전 부지확보 및 사업인가 등을 위해 필요한 초기자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위험도가 높은 만큼 수익성도 좋다.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은 참여하지 않고 주로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주 자금처다.

또 저축은행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자기자본 대비 단기 부동산PF 비중은 113%로 집계됐다. 이 중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브리지론 비중은 68%에 달했다. 브리지론은 고금리 단기 대출인 만큼 만기가 계속 연장되면 사업비 부담이 커지며 최종 손실 처리될 우려가 높아진다.

보험권 역시 부동산 PF 대출잔액이 증가 추세다.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보험사 대출채권의 잠재 위험요인 점검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보험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43조3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27조3000억원) 대비 1.6배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화, 취약차주의 신용위험 등 부동산시장과 관련한 금융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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