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표기 허위 의혹, 1월 조사에도 3월에서야 회수 조치
'국민기업이라길래' 오뚜기 안일한 대처에 뿔난 소비자들

[스트레이트뉴스 장영일 기자] 오뚜기가 자사 미역 제품의 원산지 허위 의혹에 사과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뚜기의 이어지는 아쉬운 행보에 국민기업이라고 칭송받았던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자사 미역 제품에 중국산 미역이 혼입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해당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미역 제품은 3개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1개 업체가 원산지 표시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명확히 밝혀진 사실은 없지만, 고객의 불안감과 의혹을 해소하고자 해당 제품을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회수 대상 제품은 '오뚜기 옛날미역'과 '오뚜기 옛날자른미역' 가운데 제조일자 표시에 'F2'가 표시된 제품이다.

사진=오뚜기 사과문 캡쳐
사진=오뚜기 사과문 캡쳐

 

오뚜기의 해명과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오뚜기가 1월 조사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뚜기는 지난 1월 A업체가 중국산 미역 혼입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최근 보도를 통해서 수면 위로 나오자 사과 및 회수 행동에 나섰다는 것.

이로인해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약 두달여간 몰랐고 오뚜기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없는 사과문에 소비자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소비자들은 "오뚜기만 믿고 저 미역만 사 먹었는데 속상하다", "납품업체 탓하지 마라. 납품업체 검사 한 번 안한 오뚜기의 잘못이 더 크다", "왜 가공을 중국에서 하냐" 등등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쉬운 대처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최근의 사건들까지 소환되면서 오뚜기의 대응에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9년엔 오뚜기 '진짜쫄면'에서 얼룩이 묻은 흰 면장갑이 나왔다며, 소비자가 식품안전의약처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현장조사 결과 공장에서 쓰인 장갑과 똑같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오뚜기도 인정했지만,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은 없었다.

당시 오뚜기는 "동일 유형의 장갑이 일부 공정에서 사용되고 있어 100%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며 "회사 자체 조사 결과 장갑이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만에 하나 1%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행정당국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2018년엔 컵밥 제품에서 2cm 정도 크기의 곱슬머리카락이 발견됐지만 오뚜기는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제조중 들어갈 수도 있다"고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원산지 표기 문제는 위생불량과 맞먹는 식품업계에선 치명타로 전해진다. 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뚜기에 설상가상인 셈이다.

오뚜기는 계열사의 높은 내부거래 비중 등으로 인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잡음이 지속돼왔다.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오뚜기와의 거래에서 올리고 있다.

함영준 회장의 장남인 함윤식씨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인 오뚜기SF는 작년 매출 80%가 내부거래를 통해서 발생했다. 오뚜기SF 지배주주는 오뚜기(61.47%), 함윤식(38.53%)이다.

오뚜기는 전직원 100% 정규직화로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새 정부 경제정책에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갓뚜기'로 불려왔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연합뉴스
함영준 오뚜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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