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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 하나
포스코는 왜 날마다 명복을 빌어야 하나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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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산업재해 청문회'을 열어 포스코·GS건설 등 기업 대표를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청문회에는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빈번한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 가운데 최근 연이은 산재로 논란이 가장 컸던 포스코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가장 거셌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포스코에서 기본적인 안전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뭐냐"는 질의에, 최정우 회장은 "최근 연이은 산업재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답할 뿐이었다.

이 외에도 여야 의원들은 최정우 회장을 향해 “회장님은 허리 아프시다는 데 롤러에 압착해 죽은 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 “생각이 짧은 게 아니고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다”, “유가족은 안 만나면서 대국민 사과는 잘한다”는 등 거침없는 어조로 비판했다. 

이에 최정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회사에서는 안전 최우선을 목표로 여러 가지 시설 투자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위원님들의 말씀을 듣고 경영에 반영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은 사실상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포스코에서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못했다. 잇단 노동자의 죽음으로 청문회에 출석한 증이면서도 사전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청문회는 상임위 차원에서 산업재해만을 의제로 개최한 것으로, 특히 포스코가 수조 원의 안전예산을 투입하고도 중대재해가 멈추지 않는 원인은 무엇이고 또 대책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핵심사안이었다.

이를 위해 ▲포스코의 산업재해 및 직업성 질병 현황 ▲노동안전보건 시스템 제도개선 프로그램 ▲안전예산 투입 세부내역 등이 필요하지만, 포스코는 형식적인 자료제출만을 제출했을 뿐 청문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포스코를 지도 감독해야하는 고용노동부 역시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에 대한 특별감독과 정기감독 세부결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의원들은 포스코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노동부의 사전예방 대책과 사후 재발방지 대책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산업안전공단의 자료도 추상적인 통계수치일 뿐 공정별, 질환별 대책 마련을 위한 자료는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서는 포스코의 ▲이윤중심경영 ▲생산제일주의 ▲성과주의 등으로 인해 노동자가 기계 부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 된 제철소 설비노후화로 폭발사고 및 가스누출 사고 등 설비사고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포스코의 대책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하청 노동자가 3년간 15% 감축하면서 현재 현장에는 2인 1조 작업, 표준작업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로 노동부의 감독을 앞두고 포스코가 위험성 평가 보고서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작했다는 사실마저 드러났다. 포스코 노동자의 직업성 질환 의혹에도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작업환경(화학물질기준) 1만2693건 측정결과 노출기준 초과건수가 0건으로 회사의 '셀프 측정' 의혹이 제기됐다. 작업환경 측정기관은 ㈜포스코 부속 병원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속 병원이었다.

현재로선 포스코가 이러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최고경영자인 최정우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이에 다음달 열리는 포스코 정기주주총회 이전에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사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나아가 최정우 회장의 현 경영방식으로는 포스코의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회장직을 연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