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챌린지] 코로나19 백신 개발 낙관하기 이른 이유
[포스트 코로나 챌린지] 코로나19 백신 개발 낙관하기 이른 이유
  • 정승규 (부산약사회 편집위원) (press@straightnews.co.kr)
  • 승인 2020.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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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하고 있고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백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우선 백신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원전 1157년 이집트 람세스 5세 미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천연두는 20세기에만 3억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낸 바이러스 질환이다. 천연두에 걸리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많은 작은 물집이 생긴다. 고열과 극심한 몸살을 앓다가 죽을 수 있어 예로부터 홍역과 함께 천연두(마마)를 두려워했다. 다행히 살아남아도 마마 자국(곰보)이 남아 흉터로 고통받아야 했고 실명이 되기도 했다.

엄청난 재앙에 대응해 최초로 백신을 만든 사람은 영국 외과 의사 에드워드 제너(1749~1823)이다. 그는 젖소 젖을 짜는 여자들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젖소 유방에 궤양이 생기는 우두(cowpox)는 손에 콩알 모양의 발진이 생기며 사람에게 옮는다. 우두에 걸린 사람은 신기하게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1796년 제너는 소젖을 짜는 여인의 손바닥에 생긴 종기에서 고름을 채취해 8살 소년의 팔에 접종했다. 6주 후 진짜 천연두 고름을 주사했는데 천연두에 걸리지 않았다. 백신을 접종하면 천연두에 걸려도 가볍게 앓다가 회복되었다. 암소를 라틴어로 바카(vacca)라 하는데 여기에서 이름을 따와 접종한 우두의 고름을 백신(vaccine)이라고 했다.

당시는 이런 일이 신기해 보였지만, 현미경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을 연구하게 되었고 면역 현상을 차츰차츰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탄저병과 광견병 백신을 개발하면서 병을 예방하는 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암소에서 유래한다는 의미의 백신은 제너의 종두법만을 의미했지만, 그를 존경한 파스퇴르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약도 백신이라고 부르면서 통용되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창립되고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대대적인 천연두 퇴치캠페인이 일어났다. 천연두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아이에게 백신을 맞게 해야 하는데 선진국에서는 잘 이행되었지만,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에서는 쉽지 않았다.

열대지방에서는 액상으로 만든 백신이 높은 기온으로 인해 하루 이틀밖에 효과가 없었다. 생산지에서 먼 곳까지 장거리 운송하는 저온유통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1950년대 런던 리스터 예방의학 연구소에서 동결건조 백신을 개발했다. 식염수에 섞어서 사용하는 동결건조 백신은 고온에서도 한 달이나 약효가 유지되었다.

세계가 발 벗고 나서 천연두 퇴치에 사활을 건 당시는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양분하는 냉전 시기였지만, 동서 양 진영을 대표하는 두 초강대국은 이 사업에서는 서로 협력했다. 미국은 자금과 인력을 제공하고 소련은 대량생산을 통해 백신을 공급했다. 천연두가 유행하는 지역과 열대지방에 동결건조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1970년을 기점으로 환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유행이 계속되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1980년에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완전히 퇴치할 수 있었다. 인류는 자신을 괴롭히는 감염병을 처음이자 유일하게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박쥐나 설치류 같은 동물에서 유래하는 인수 공통감염병은 퇴치하기가 쉽지 않지만, 천연두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병이고 한 번만 접종해도 평생 면역이 유지되기 때문에 백신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전염병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도 아들 4명과 딸 2명을 천연두와 홍역으로 잃었다. 1798년 정약용은 마진이라고 불렀던 홍역을 예방하는 방법을 ‘마과회통’을 써서 남겼다. 이후 박제가의 도움으로 ‘마과회통’에 부록으로 종두법을 추가했다. 종두법은 대중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1879년 지석영이 시행하고서야 널리 퍼지게 되었다.

제너, 파스퇴르 이후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들이 속속 등장했다. 1921년 결핵 예방을 위해 BCG가 만들어졌고 1920년대에는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백신이 나왔다. 현재는 DTP라고 해서 3가지를 한 번에 접종하는 혼합백신을 사용한다. 그러면 병 하나마다 일일이 주사 맞을 필요 없이 한 번에 해결되어 수월하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종류를 넣을 수는 없다. 오히려 약효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1950년대는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소아마비(폴리오) 백신이 나왔고 1960년대는 홍역, 볼거리, 풍진을 예방하는 MMR 혼합백신이 개발되었다. 1980년대 재조합 B형간염 백신, 1990년대 A형간염 백신이 나오고 2000년대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인유두종 백신도 나왔다.

전통적으로 백신을 만들 때 독성을 약하게 한 병원체를 이용하는 ‘생백신’과 죽은 것을 사용하는 ‘사백신’을 사용한다. 요즘은 항체를 이용하기도 하고 유전자 재조합이나 항원을 일으키는 부분만 사용해서 약을 만들 수 있다. 백신은 특정 질병에 대한 능동획득 면역을 통해 특정 질병을 생물학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이다.

전염병이라는 위협에 백신으로 맞섰지만, 난제도 많다. 천연두 이후 추진되었던 소아마비 퇴치사업은 수십 년이 지난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천연두와 달리 소아마비 백신은 여러 번 접종해야 하고 걸려도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가 있어 걸리면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천연두와는 전혀 다른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말라리아와 에이즈 백신은 아직 만들지도 못했다. 모기를 매개로 한 말라리아는 원충의 생활사가 너무 복잡해서 번번이 실패했다. 2017년 기준 100개 이상의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로 인해 아직도 말라리아 연간 사망자가 40만 명이 넘는다.

20세기 흑사병으로 불렸던 에이즈가 세계적인 공포를 일으킬 때 1984년 미국 정부는 2~3년 안에 백신을 개발해 임상 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척이 없자 1997년 클린턴 대통령은 10년 안에 백신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많은 과학자는 대통령의 무모한 다짐을 우려했다. 결국, 미국 동성연애자에서 에이즈가 발생한 지 40년이 다 되도록 백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는 한 가닥 나선 구조를 가진 RNA 바이러스인데 돌연변이가 많아 백신을 만들어도 변종이 생기면 효능이 없어진다. 백신은 몸속 면역 세포에 병원체를 기억시켜 병을 예방하는데 돌연변이로 인해 예전 기억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모두가 학수고대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언제 나올까?

매스컴에는 연일 백신 개발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분위기를 봐서는 당장에라도 뭔가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신약개발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바이오, 제약 주식 광풍이 지나간 싸늘한 자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섣부른 판단과 떠들썩한 보도가 미덥지 않다. 마치 조만간 암이 정복될 것 같은 뉴스를 수없이 들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과 같다.

뜨거운 열망과는 달리 효능이 확실하면서도 안전한 약을 만들기는 너무나 어렵다. 처음에는 효능이 있다가도 얼마 가지 않아 약효가 사라질 수 있고 임상 시험을 거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평균 15년 이상 걸리는 신약개발 기간을 급하다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한다고 하늘에서 뚝딱 약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자금과 수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현실에서 연구자들의 피땀 어린 노고에 고마움을 느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기술 역량을 높이는 효율적인 시스템에 대한 지원이다. 조그마한 성과에 난리를 떤다고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면 노벨상감이지만 현실적으로 신약개발의 확률은 아주 낮다. 유난히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을 하고 있진 않은지 우려스럽다.

그러나 신약개발 역사에는 마취제나 페니실린같이 아주 우연히 발견한 굉장히 운 좋은 약(serendipity)도 있기에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무시할 순 없다. 행운을 주는 여신의 미소를 기대한다.

정승규 부산약사회 편집위원

정승규는.. 역사를 좋아하는 약사다. 한국사, 세계사뿐 아니라 약에 얽힌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 딱딱하고 어렵게 생각되는 약이지만 스토리로 접근하면 더욱 흥미롭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기합성에 관한 연구로 <의약화학 저널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논문을 발표했으며, 부산시 약사회에서 매월 발간하는 약사회보에 다년간 글을 기고하고 있다. 누구나 약과 건강에 대해 쉽게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올바른 약물 정보가 담긴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부산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약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홍릉 KIST에서 의약품합성에 관한 연구를 했다. 

 

<외부 필진의 칼럼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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