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챌린지] 일과 삶 거대한 변화에 '안착'해야
[포스트 코로나 챌린지] 일과 삶 거대한 변화에 '안착'해야
  •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press@straightnews.co.kr)
  • 승인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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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코로나19... 마스크 쓰고 일상<br>
계속되는 코로나19... 마스크 쓰고 일상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영향과 전망에 대한 보고서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달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코로나 19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 보고서의 말미에 “역사적으로 과거의 위기나 재난은 완전히 새로운 구조 변화를 일으키기 보다는 기존에 더디거나 점진적으로 진행되던 구조변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문구가 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코로나19 창궐 초기, 학계의 몇몇 전문가와 함께 대유행 감염병 이후의 사회변화에 대해 대담을 하던 중 한 전문가가 지금의 혼란을 두고서 “마치 우리가 미래에 불시착한 느낌이다”라고 표현한 것을 들었을 때 순간 엄습한 두려움이 여전히 필자에게는 남아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많은 미래 예측 연구에서 감염병은 발생 확률은 낮지만 발생할 경우 매우 큰 파급력을 갖는 이른바 돌발변수 쯤으로 생각돼 왔다. 과거 유행했던 감염병들 조차도 지금은 ‘그때 그랬던’ 사건 정도로 희미하게 기억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코로나19는 전례없는 변화와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를 끼지 않았던 예전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점진적으로 논의되고 있던 디지털 전환 이슈가 언택트(untact) 사회로의 변화와 맞물려 논의의 범위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대유행 감염병의 창궐 주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이슈를 신속하게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필자는 과거 사스부터 신종플루(H1N1),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까지 대표적인 대유행 감염병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때 그랬던’ 사건에서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이슈를 적절히 파악하고 대응해 왔는지 되돌아 봐야한다.

아울러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슈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해야 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대응 전략 마련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슈의 파악을 위해 시기별 감염병과 그 영향에 관한 266개의 문헌을 분석하였고, 코로나 19에 대해서는 문헌에 더해 392개의 SNS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했다.

각 시기별 특징적인 이슈를 우선 살펴보자. 먼저 사스 시기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으로 인한 정서적, 심리적 키워드가 높은 출현 빈도를 보였다. 특히 감염된 환자 뿐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낙인’이슈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또한 숙박업, 여행 산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고 전반적인 생산과 개발의 감소로 인한 산업 위축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가격, 주식, 자산 등의 높은 변동성은 경제적 충격으로 나타났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시기에는 위기 상황에 대한 통제와 전략, 과학적 질병 극복 노력이 본격화 된 것으로 보인다.

감염과 확산의 원인을 파악하여 관련 자원을 할당하고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등 관련 공공 정책들이 논의되었고, 의료계는 개인 보건의 강조와 더불어 진단, 백신, 치료제 개발 등 질병 극복을 위한 역량을 결집시키기 시작했다.

메르스는 아라비아 반도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특히 많은 감염을 일으켰다. 관광객 감소, 중동, 한국, 일본, 홍콩 등 주요 전파 지역의 국제 관계와 국제 경제, 위기 통제와 관련된 이슈가 주로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정부-시민 간 협력 이슈가 크게 등장하는 특징을 보인다. 즉, 질병 극복을 위해 시민의식, 사회참여를 높이는 것이 위기 대응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고 봤다.

특히 SNS, 신문, 인터넷 등 정보 전달 매체를 통해 질병에 대한 지식을 확산하는 것이 대응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신을 완화시키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되돌아보면 당시 우리나라는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고, 낙타유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라’는 황당한 대응 정책과 더불어 전파경로와 추이 등에 대한 정보의 공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등의 실책에 가까운 위기관리 정책으로 시민사회의 불신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찾는 구직자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찾는 구직자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시기는 어떨까. 지금까지의 문헌과 SNS 데이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이슈는 사망자 추이, 전파 상황, 증상과 치료 등 주로 감염병과 직접적 연관성이 높은 것들이다.

이에 더해 정보기술(IT)이 의료 기술, 교육, 정보 공유, 의사 결정 등과 연계돼 메르스 시기에서도 등장했던 정보가 단순히 공유의 수단을 넘어 감염병과 그로 인한 사회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수단으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식습관, 여가, 삶의 질, 트라우마, 국제기구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키워드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어 앞으로도 새로운 이슈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본 각 시기별 특징적인 이슈와 더불어 과거 네 차례의 대유행 감염병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슈는 더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충격, 국제 공조를 포함한 신속한 위기관리, 심리적 공포, 환경 파괴, 과학기술의 역할 등은 공통적으로 모든 감염병 시기에 출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전세계 노동시간이 10.5% 단축됐고, 3억 개의 일자리가 실종됐다고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탈세계화 움직임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면서 경제 활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과 맞물려 온라인 시장 등 디지털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으며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독점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최근 n차 감염과 소규모 지역 전파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모범적인 방역 체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되고 있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유행 감염병의 창궐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전파 경로를 과학적으로 예측하여 위험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이른바 ‘생물감시체계’의 구축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과거 감염병이 발생된 이후 대규모 R&D 투자를 통해 관련 체계나 시스템의 구축을 몇 차례 시도한 적이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로까지는 연결시키지 못했다. 과거 한 언론사에서 감염병 연구를 ‘양치기 소년’으로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지속성을 가지고 안정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지원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사스 시기부터 출현한 정서적, 심리적 이슈는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blue), 코로나 칼립스(corona-calypse)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공포, 혐오, 우울로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즉,대면기피,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방역 등으로 인한 고립이 일상적 ‘우울’로 연결되고 있다.

‘심리 방역’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심리 상담, 치료 지원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고립감이 ‘우울’로 연결되지 않도록 변화된 일상에 대한 적응과 심리적 환기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찾아내야 한다. 일례로 새로운 방식의 여가 문화, 몰입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이동의 제한으로 오염 배출량이 줄어들자 지구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탈리아 베니스 수로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수질이 좋아지고, 봄철이면 항상 우리를 괴롭혔던 황사가 사라지면서 한반도의 공기가 맑아지기도 했다. 도시화, 개발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생태계는 복원력을 점차 잃어가고 녹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의 창궐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제는 ‘친환경’이 환경 단체나 시민 단체만의 구호가 아닌 인류 ‘생존’을 위한 외침이 돼야 한다. 그러나 환경 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효과를 얻기 어렵다.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데 있어 강력한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제기구의 역할과 기능, 권한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의 역할은 의심할 여지없이 앞으로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감염병의 진단, 치료와 관련된 분야에서 협력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고, 앞서 언급한 질병 감시체계에 있어서도 과학 기술의 도움을 통한 비약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른바 ‘감시 사회’로의 전환은 공공 안전과 개인 권리 충돌이라는 갈등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정보와 정보 인프라 격차,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경제 모델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일례로 코로나 19 이후 원격, 재택근무가 확대돼 적용되기 시작했고, 관련 정보 인프라 기술 개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혜택은 기업군, 직종 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 19와의 사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인류는 새로운 감염병의 위협에도 맞서야 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일상에 적응해야 하고, 동시에 사회 변화에 대한 논의와 대응 속도도 높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있다. 대유행 감염병은 더 이상 돌발변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응해 나가야 하는 트렌드가 된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미래에 ‘불시착’하는 것이 아니라 ‘안착’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언급된 이슈 외에도 수많은 관련 보고서와 연구들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식별된 이슈가 또 언젠가의 문헌 분석에서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책임 있게 사회 의제로 다뤄지고, 그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준비로 연결되도록 사회적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김유빈은.. 국회미래연구원 신성장동력 및 과학기술혁신 분야 연구위원이다. 서강대학교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에서 공학박사와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객원교수를 겸임하며, 한국기술혁신학회 상임이사, 미래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혁신과 빅데이터 기반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한 연구 프로파일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부 필진의 칼럼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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