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어민들, 4대강 보의 수문 완전 개방 요구」
「녹조의 주원인이 ‘닫힌 공간’임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정부」
「녹조,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다」
「환경 파괴로는 국민 먹거리 만들 수 없어」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우리가 지금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태어났기 때문이고, 우리를 잉태한 존재는 어머니다. 이러한 생존과 잉태의 고결한 의미를 전 지구적으로 확대한 용어가 있다. ‘어머니 지구Mother Earth’라는 말이다.

아무리 돈에 정신줄을 놓고 사는 자식이라도 어머니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돈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는 사람을 우리는 패륜아라 부른다. 그런데 이 땅, 한때 금수강산이라는 호칭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한반도에서, 어머니를 기어코 죽여 버리고 말겠다는 반지구적 패륜의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8월의 마지막 날, 낙동강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민 1,000여 명이 90여 척의 어선에 나눠 탄 채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하라!”
“어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

어민들이 한국수자원공사(K-water)를 상대로 시위를 벌인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의 입을 빌려 표현하자면, ‘녹조로 인한 물고기 떼죽음으로 굶어죽게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동강 국민조사단이 지난 7월 발표한 「수심별 용존산소 조사」 자료에 따르면, 4대강의 하상河床 즉 강바닥은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용존산소 제로지대’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낙동강 어민들의 시위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진 직후, 수없이 많은 댓글들이 달렸는데, 그중 95% 이상이 다음과 같이 자조 섞인 내용들이었다.

‘이제 끝났어. 4대강 공사 전에는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난리?’(ID: 교00)
“1번가의 선물...ㅋㅋㅋ”(ID: 사람000)
“4대강 살리기 공사 완료했는데, 다시 살려내라니요!?”(ID: 바다000)
‘천벌을 받지 않을까... 얼마나 많은 생명에게 몹쓸 짓을 한 걸까...’(ID: 정00)

 

낙동강 어민들이 분통을 터뜨린 이유는?

녹조란, 고수온기에 부영양화된 수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아나베나Anabaena와 같은 독성 남조류가 주 먹이원인 질소(N)와 인(P)을 섭취해 대량으로 번성한 후, 수표면에 고농도로 밀집된 스컴scum 형태로 나타나는 ‘조류 대발생 현상’의 다른 이름이다.

녹조가 대량으로 발생하려면 다섯 가지 조건, 즉 ‘따뜻한 물’, ‘햇빛’, ‘질소와 인 등의 영양분’, ‘이산화탄소’, 그리고 ‘닫힌 공간’이라는 조건이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 이중 낙동강 어민들이 녹조의 주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4대강 공사 후에 생겨난 ‘닫힌 공간’이다.

정부는 녹조의 원인을 ‘아열대로 변해가는 기후’, ‘오염물질의 증가’ 등에서 찾으려 하지만,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오히려 어민들이 주장하는 ‘닫힌 공간’이 녹조의 핵심 원인이라는 사실만 더욱 분명해질 뿐이다.

환경부 산하 환경항공감시단은 1997년부터 초경량 항공기를 이용해 매주 4대강 유역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여왔다. 그런데 4대강 공사가 종료된 2011년 이후 3년 사이에 녹조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한 횟수가 10배 이상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2011년에 25건이던 수색 이상 징후가 2012년에는 68건, 다시 2013년에는 282건으로 폭증했으며, 그중 80%가 녹조에 의한 것이었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기온이 대폭 상승한 것은 아니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4대강 공사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남조류 대발생의 주범은 ‘닫힌 공간’, 다시 말해서 4대강의 각종 보뿐이다. 이보다 더한 ‘합리적 의심’이 있을 수 있을까.

 

사면초가에 빠진 정부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記」편에 ‘사면초가’라는 말이 나온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고립된 상태를 의미한다. 녹조에 관한 한 우리 정부가 처한 상황이 딱 그 짝이다. 왜 그런지 낙동강 어민들의 주장으로 풀어보자.

먼저, 4대강 보의 수문을 완전 개방하라는 어민들의 주장에 관하여, 4대강 사업은 공식적으로 22조 원을 삼켰고, 박근혜 정권 5년간 관리비로만 21조 원이 추가로 투입될 거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처럼 많은 돈을 삼켰고 앞으로도 국민의 혈세를 폭풍 흡입할 한반도 최대의 토목공사가 내건 명분은 아이러니하게도 ‘강을 살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4대강 보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라는 어민들의 요구를 따른다면, 4대강 사업이 강을 살리지 못했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 4대강 사업에 조금이라도 찬성한 정부 관료라면, 그 누구라도 강이 죽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토목 및 환경파괴 정신을 정통으로 물려받은 박근혜 정권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어민의 강은 죽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강은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강이 죽어가고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기후나 오염물질 때문이지 4대강 공사 때문이 아니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어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말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겠는가. 4대강에 설치된 보들이 전해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강이 멀쩡히 살아 있다잖아! 설령 강이 죽어간다 해도 녹조랑 큰빛이끼벌레는 우리 탓이 아니라니까! 기후랑 오염물질 때문이라고!”

녹조와 큰빛이끼벌레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니,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4대강 사업 당시 4천억여 원을 들여서 총인(T-P)처리시설을 설치한 것을 기점으로, 지금도 신기술 도입비를 포함, 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녹조저감/제거기술 R&D에 쏟아 붓고 있다.

▲ 4대강 보에 창궐한 녹조와 큰이끼벌레

그 덕에 삽질로 떼돈을 번 건설업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마법 같은 녹조제거기술을 들고 나타난 수질관리 박사들로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녹조 박사들이 갖가지 마술쇼를 부리며 예산을 낭비하는 동안, 4대강에는 여전히 ‘분말 활성탄 투여’, ‘황토 살포’, ‘녹조 직접 제거’와 같은 초보적인 기술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녹조,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다

왜들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환경을 경제발전의 중요한 도구로 간주하는 시각이 도사리고 있다. 물론, 환경을 이용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천혜 절경을 관조할 수 있는 조망대를 설치하거나, 활기차게 뛰어노는 돌고래를 유람선 갑판 위에서 즐길 수 있을 때, 환경은 경제발전에 건전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돌고래를 작살로 잡고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천혜 절경 구석구석을 철 계단으로 도배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짓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행동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4대강 사업 말고도 2015년 한반도에서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환경부가 승인한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사업’ 승인 얘기다.

설악산이 어떤 산인가. 수학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나 산행 때 느꼈던 감동은 차치하고라도, 1965년에 지정된 천연기념물이자 백두대간보호지역 중 핵심 관리구역이며, 국립공원 자연보전지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카테고리Ⅱ 지구로 선정되어 철저히 보호받고 있는 명산이다.

환경부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마련한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으며, 이 가이드라인에 입각, 강원도와 양양군이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제출한 케이블카 설치사업계획을 환경성, 안정성 및 입지타당성 측면에서 연거푸 부결시킨 바 있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는 경제성에 대해 재분석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5개 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되어 있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놓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적시한 바 있다. 또한 산림청은 환경부에 제출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협의 검토」 보고서에서 ‘설악산에는 모두 58개 낙석위험구간이 있고 그중에는 케이블카 예정사업지인 오색 구간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산책로) 및 지주설치 공사 시 산사태와 낙석 피해가 우려된다’며 우심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와 사고방지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만 오색지구 내 탐방로에서 60톤 규모의 낙석사고가 발생해 등산객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적극 추진’ 지시를 내린 직후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 ‘조건부’라는 단서를 달고 표결을 밀어붙이자, 위원회에 소속된 위원 20인 중 공단 관계자 및 공무원 11인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마침내 승인되었던 것이다.

 

국민적 사죄와 반성의 시절

경제발전을 빌미로 항하사恒河沙(갠지즈강의 모래)보다 더 많은 생명을 죽인 것도 모자라, 어머니 강의 허리 곳곳을 자르며 미래 세대의 자산인 환경을 도륙해버린 이명박 정권의 몰환경적 탐욕, 그 탐욕이 박근혜 정권에 전이되어 이제 4대 관(棺)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썩은 물줄기를 뚫고 어머니 설악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 땅 곳곳을 적시며 도도히 흐르던 생명수는 이명박 정권의 DNA에 박힌 ‘돈’이라는 명분의 기요틴guillotine 밑에서 대롱거리고, 박근혜 정권의 기요틴은 산을 죽이려 한다. 멸종위기 동물들이 죽어간다. 미래 세대가 죽어간다. 탐욕이 졸라대는 오랏줄에 어머니 지구가 죽어나간다. 다만 미래 세대가 겪을 자연의 역습이 두려울 뿐이다.

이러한 때, ‘환경 파괴’와 ‘국민 먹거리’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환경 살림’에서 ‘국민 먹거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지도자는 없는가? ‘녹색 성장’과 ‘창조 경제’라는 캠페인을 선거용으로만 써먹지 않고 선거 자체부터 녹색으로 치를 수 있는 지도자, 그리고 환경을 살리는 일이 곧 녹색 창조 경제임을 제대로 인식하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우리 국민은 이미 죽어나간 무수한 생명들, 어머니 지구의 자식으로서 한때 4대강의 주인으로 살다 간 그들에게 깊은 회한의 염念으로 사죄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죽어나갈 설악산의 수없는 생명들과 미래 세대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런 지도자가 아예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녹조라떼’ 같은 공약에 속아 그렇지 않은 지도자를 뽑았던 것인지를 말이다.

* 기요틴: 프랑스 혁명 때 발명된 사형 집행 기구

 

김태현 두마음행복연구소 소장, 인문작가, 강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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