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부 실무협의...탁구·농구계 긍정반응
아시아올림필평의회·주변국 동의가 변수로

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오는 8월 개최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을 파견한다는 데 합의했다. 정부 각 부처의 후속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탁구계와 농구계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어 역대 최대 규모의 남북 스포츠 단일팀 구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공동 명의로 내놓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며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선언문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공동선언문 발표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당장 이번주 초부터 전담팀 구성 등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참가 문제 실무 협의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단일팀을 꾸리기 위한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싹을 틔운 남북교류가 다시 체육을 통해 번성하게 된 셈이다.

만약 이가 성사된다면,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이 된다. 탁구, 농구 등 일부 종목 단체는 단일팀 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종목 특성상 단일팀이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단일팀 구성 시 가장 유력한 종목은 탁구다. 이미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꾸려 세계를 정복한 기분 좋은 기억까지 있다. 탁구는 최근 대한체육회가 가맹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단일팀 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지바 대회 코치인 이유성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탁구는 남과 북이 뭉쳐 세계 제패까지 이뤄낸 최초의 종목이다. 남북 체육 교류에서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종목이다. 초석을 탁구가 닦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자부했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지 못한다면 단일팀은 절대로 성사될 수 없다. 유불리를 떠나 단일팀이 추진된다면 기꺼이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바의 성공기 때문인지 탁구계는 여느 종목에 비해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국제대회에서 서로를 만나면 선수, 감독, 임원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현정화 렛츠런 감독은 "지금이 아닌 수년 전부터 했으면 남북 관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 감독은 지바 대회 우승 멤버다. 북한 이분희와의 우정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현 감독은 경기력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다고 봤다. "북한 여자 탁구는 경기력이 좋다. 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딸 정도다. 경제 사정으로 국제 대회에 나가지 못해 세계랭킹이 떨어지는 것 뿐이다. 실력만 보면 우리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아시안게임까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우리는 (지바대회 때) 한 달 연습하고 우승했다"며 "그런 부분은 큰 장애물이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이미 한국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을 확정한 상황이다. 이 선수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 엔트리를 지켜주거나 메달 획득 시 혜택을 동등하게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오케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가 조사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적이다.

방열 대한민국농구협회장은 "광복 이후인 1946년 경평대항전을 한 역사가 있는 종목이 농구"라며 "분단 이후 농구를 통한 교류가 활발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간 전례도 있다. 다시 정기전을 만들기 위해 정부에 제의한 상태"라고 답했다.

남북은 과거 두 차례 통일농구대회를 했다. 1999년 9월 평양에서 정주영체육관 기공 기념으로 남자팀 현대, 여자팀 현대산업개발이 방북해 북한팀과 경기를 치렀다. 그해 12월에는 북한팀이 서울을 찾았다. 2003년에는 정주영체육관 개관 기념으로 평양에서 교류전을 했다.

방 회장은 "4년 전 시작한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 북한 대학팀이 참가할 수 있도록 힘 써왔다"며 "올해 8월에 열릴 대회에도 북한 대학팀이 올 수 있도록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남북 정기교류전을 다시 만들고 싶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 제의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플레이어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할만큼 농구를 좋아한다. 농구 종목에서 활발한 교류와 소통이 수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배경이다.

자연스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농구의 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지난 2월20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순위결정전에서 남북 단일팀이 스웨덴과의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월20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순위결정전에서 남북 단일팀이 스웨덴과의 경기를 마치고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남북대회가 아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충분한 현장 의견 수렴, 공정한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주변국들의 처지 등도 살펴야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갑작스럽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추진되면서 한국 선수단은 동요했다. 북한 선수들로 인해 한국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당초 엔트리에 북한 선수들 일부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논란을 봉합했다.

엔트리를 확대하려면 남북 협의는 물론 아시안게임 주최측, 각국 경기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

북한이 변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전제다. 아시안게임까지 4개월 정도 남았다. 넉달동안 정치외교적 돌발변수가 없어야 한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참가하기로 합의했다가, 북측의 일방적 취소로 성사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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