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기각.. "이사회 경영 판단 존중"
송영숙 회장 "임성기 선대회장 꿈 이룰 자녀 임주현 사장뿐"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그룹 제공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그룹 제공

한미약품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거부된 가운데 모친 송영숙 회장이 후계자로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지목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임 형제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한 것에 대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신주발행을 막아달라고 수원지법에 제기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처분 기각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특히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 구조 개선,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한미그룹 측은 "매우 환영한다"며 "이로써 한미그룹이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임 형제측은 가처분 기각 결과 발표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즉시 항고하겠다"며 "본안 소송을 통해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밝혔다. 임 형제는 앞서 가처분 심리에서 "이번 신주 발행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특정한 사람들의 사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신주인수권과 주주 권리를 침해해 무효"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편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송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송영숙에게 모든 걸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를 이어갈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밝혔다.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선대회장의 꿈을 지켜낼 수 있는 자녀는 오직 임주현 사장뿐이라는 입장이다.

전날 사장직에서 해임된 임 형제에 대해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심정"이라며 "지난 3년간 나는 아들 둘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요청했지만 매번 그들로부터 거절당했다. 그들에게는 '한미를 지키는 일' 보다 '프리미엄을 받고 자기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아들의 심성과 성격, 그리고 둘의 자금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남과 차남은 OCI와의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해외 자본의 속성상 그들은 한미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가족(임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며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신약개발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꼽혔던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임 형제를 지지한 데 대해서는 "(신 회장에)내심 기대했던 것은, 그가 아들 둘을 설득해 분쟁 상황을 종결시키고 모두 함께 한미그룹 발전을 논의해가는 토대를 만들어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대를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송 회장은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의 이 결정이 임성기의 뜻을 지켜내는 버팀목이 되길 희망한다"며 "한미그룹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주주들께 나의 이 입장과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임 형제 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고 송 회장이 임주현 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주총을 이틀 가량을 남겨두고 가족 분열이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법원의 결정과 송 회장의 후계자 지목이 오는 28일 열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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