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측 자사주 소각 등 안건 모두 채택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호셕유화학그룹 제공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호셕유화학그룹 제공

금호석유화학그룹을 둘러싼 '조카의 난'이 올해도 이변없이 막을 내렸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완패한 것이다.

22일 금호석유화학은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제4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다만 이날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위임장 확인 및 검수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1시간 가량 지연된 10시에 시작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제출한 ▲자사주 처분·소각에 대한 주요 사항 결의 주체를 이사회로 두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최도성 한동대 총장의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이 채택됐다. 정관 일부 변경안은 의결권 있는 주식 74.6%가, 사외이사 선임안은 76.1%가 각각 찬성했다. 이밖에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두한도 승인 등 통상적인 안건도 의결됐다.

박 전 상무가 주주 제안권을 위임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가 주주가치를 높이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내세운 주주제안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다.

박 전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은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게 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를 올해 말까지 50% 소각하고 나머지는 내년 말까지 전량 소각하는 자기주식 소각의 건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 대한 사외이사 추천 등 3건이었다

이날 주총장에서 차파트너스 측은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측 안건이 주주가치 제고와 이사회 독립성 확보라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투자 재원을 조달하려면 그냥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향후 자금이 필요할 때 주주배정 증자를 해 주주들에게도 사업 참여 기회를 주는 것이 워칙이고 그게 안되면 3자배정 증자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주를 마음대로 자유롭게 처분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와 전혀 맞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방식"이라며 "그런 방법이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지난해 미국에서도 자사주에 대해 실질적으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논문이 나왔으니 나중에 한번 찾아보시라"며 맞대응했다.

결국 자기주식 처분·소각 내용이 포함된 금호석유화학의 2-1호안은 74.6%의 찬성률로 가결된 반면 차파트너스가 주주제안한 2-2호안은 25.2% 찬성률로 부결됐다. 2-2안이 부결되면서 제3호 의안도 자동 폐기됐다.

앞서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에 두 차례 주주제안을 시도했었으나 모두 박 회장의 승리로 끝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금호석유화학과 OCI그룹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315억원 규모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자 이를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자사주 처분 무효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올해 주총을 앞두고도 차파트너스에 권리를 위임하면서 금호석유화학그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등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쳤지만 지지를 얻지 못한 모습이다.

주총 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으며 국민연금도 자사주 소각 안건에 대해 반대하고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추천한 최도성 후보를 찬성하기로 하면서 박 회장의 편에 선 바 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01%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어미니 김형일(0.09%),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0.06%), 누나 박은형·은경·은혜(각 0.53%)를 우호세력으로 두고 있다. 박 회장은 7.14%,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사장은 7.65%, 장녀 박주형 부사장은 1.04%를 보유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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