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하반기? 시기 안중요…방향 정해진 것이 핵심
파킹형 상품에 자금 두었다 언제든 액션 취할 준비 나서야

현지시간 1월 31일 FOMC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원 미 연준 의장. 연준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현지시간 1월 31일 FOMC 이후 기자회견에 나선 제롬 파원 미 연준 의장. 연준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목 빠지게 기다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인하 결정이 갈수록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기엔 긴급 뉴스로 타전되고, 주식시장을 뒤흔들다 이제는 사람들이 눈길도 주지 않는 뉴스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느낌입니다.

밤 사이 미 FOMC가 4회 연속 금리 동결과 함께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닫아 나스닥지수가 -2.23%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을 키웠으나,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차분했습니다. 한국 시장은 2차전지가 흔들리는 코스닥이 약보합(-0.06%)을 보였으나 코스피는 오히려 1.82% 급등하는 등 금리결정 영향권에서 멀어진 분위기입니다. 왜일까요?

현지시간 31일, 미 연준은 FOMC에서 4회연속 연방금리를 5.25~5.50%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7월 베이비스텝(25bp 인상)을 밟은 이후 9월, 11월, 12월에 이은 동결입니다.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은 FOMC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3월 FOMC 회의 때까지 확신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금리 인하)과정의 시작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결정인 만큼 올바로 하고 싶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던 3월 금리인하 단행은 없을 것임을 못박았습니다.

사실 시장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강하게 가진 건 지난해 11월과 12월입니다. 지난해 채권투자수익율은 연말 두 달 동안 다 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변호사 출신으로 알려진 파월 의장은 통상 시장의 예측치를 통해 변화 신호를 선제적으로 주기 보다는 눈으로 수치를 확인해야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해, 시장의 방향성 제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 파월이 지난 연말에는 변화된 어조로 그간의 판단을 수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금방이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세를 보이자 올해 3월 중에 금리가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피어났습니다.

하지만 밤 사이 3월 인하론에 선이 그어지며 3월 다음 금리 결정인 5월 중에 인하가 될지 말지를 두고 또 갑론을박하며 FOMC 위원들과 의사록 문구 해석에 골몰하는 분위기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 ‘금리가 오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사라지고, ‘내린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며 ‘얼마나 몇 번에 걸쳐 내릴 것인가’ 정도가 관심이긴 하나 그마저도 큰 관심사가 아닌 상황입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 결과에 우리 시장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시중금리(채권금리)는 이미 하락 상황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이 여러 경제지표를 보고 그에 따라 의사를 결정한다고 한 만큼 연준이 ‘금과옥조’로 생각하는 물가(인플레이션)와 고용지표만 관찰하면 될 일입니다. 한국은행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의 가처분소득 축소로 소비가 줄어 경제가 침체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한편, 금리를 갑작스레 내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 해서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대신 대환대출플랫폼 활성화를 통해 기존에 고금리에 빌렸던 금리를 일부 줄여주고 이를 전세자금대출까지 확대해 가계 고통을 덜어주고, 상생금융을 통해 은행들로부터 갹출한 2조원 남짓한 재원으로 역시 소상공인의 이자부담 감소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움직이지 않는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갑자기 낮춰야 할 이유가 줄어든 셈입니다.

12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상승률이 소폭 반등했습니다. 전년대비 상승률은 3.4%를 기록해 당초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인 3.2%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소비자신뢰지수도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의 근거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적절하다면, 우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월 연중위원들이 금리전망 점도표에서 2024년 말 연방금리 전망치를 4.50~4.75%로 예상한 것에 비추어 올해 금리 인하가 하반기에 3회 가량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금리결정 투표권을 갖는 지역연준 총재들이 대다수 하반기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것을 이유로 3분기 금리인하 시작”을 전망했습니다.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둔 사람은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유일합니다.

채권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에 너무 일희일비 하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어차피 방향성이 내려가는 것이라면 선제적으로 채권을 사면 되지 무엇을 망설이냐고 충고합니다. 방향성이 정해지면 기준금리와는 별도로 채권금리가 내려 채권가격이 올라가므로 그 전에 빨리 채권을 사라는 주장입니다.

오 연구원도 “채권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채권금리 변동성 지표가 하향 안정세를 나타냄에 따라 연초 채권금리 반등국면을 중장기 채권금리 하락을 대비한 장기 국채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 년에 두 번 시장전망을 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티(AB)의 유재흥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난 달 31일 “현재 6조달러에 달하는 단기자금(MMF)이 투자를 대기하고 있고 이 자금이 향후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편입될 것”이라며, “올해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는 게 채권시장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라며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올해 첫 FOMC 결과를 확인한 1일, 코스피는 국내 수출 지표 개선 기대와 정부가 이달 중 도입키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른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금융업과 지주사 중심으로 대형주들이 급등하며 1.82%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크게 오른 일본 니케이 지수의 원동력으로 파악되는 저PBR 주가 제고 정책이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통하리라는 기대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증시는 M7 종목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한 지난해 미국 증시 대비 미미한 성장을 이뤘습니다. 기업 실적이 받쳐줘야겠지만 주식을 사기에 부담이 없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단기 자금이 머물다 갈 수 있는 파킹형 ETF 상품을 속속 꺼내들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6일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과 수익률을 견줄 수 있는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475630)’를 출격대기 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금리인하가 언제인지 관심을 둘 때가 아니라 일단 파킹상품에 자금을 두었다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찾아 행동에 나설 때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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