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여파 지난해 영업익 6조5670억.. 84%↓
메모리 불황터널 지나 1분기 전체 흑자전환 기대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경기 불황의 여파로 10조원 이하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2022년) 대비 84.86% 감소한 6조56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14.33% 감소한 258조9355억원에 그쳤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 업황 악화로 15년 만에 가장 적은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메모리 반도체 부분은 흑자전환하며 개선됐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과 가전·TV 수요 침체 등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사업 부문은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4분기만 살펴봐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4.4% 줄어든 2조8200억원, 매출은 3.81% 감소한 67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분기가 지나면서 연속해서 개선 흐름을 나타냈지만 3조원대 후반일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에는 크게 못미쳤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1조6900억원, 영업손실 2조1800억원에 그쳤다. DS부문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전반적인 흑자전환의 기미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LPDDR5X, UFS4.0 등의 판매를 대폭 확대했고 그 결과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기록하며 D램은 재고 수준을 개선해 1년 만에 흑자전환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것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라는 반응이 나온다. D램 가격 상승에 따라 메모리 적자 규모는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파운드리 사업이 여전히 선단 공정에서 고객사 확보와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의 영업손실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며 "다만 지난해 연간 최대 수주 실적 달성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사업도 반도체 부문 적자를 메꿔주진 못했다. 계절적 비수기와 수요 침체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는 신모델 출시 효과가 둔화되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해 전분기 대비 매출 및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갤럭시 S23 시리즈, 폴드5와 플립5에 이어 갤럭시S23 FE 등 신제품 출시를 계속 이어갔지만 4분기에 주요 플래그십 제품 출하량이 전 분기보다 100만대 수준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과 TV 사업도 글로벌 수요 부진에 여전히 적자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은 시스템에어컨 중심으로 B2B(기업간거래) 사업이 성장하고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개선됐으나 수요 역성장 속에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적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도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전년 및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이 감소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사업은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소형 패널은 주요 고객사 신제품에 적기 대응하고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 패널의 경우 경기 부진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됐지만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 폭이 완화됐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또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사업을 담당 중인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제품의 성수기 판매가 증가해 매출이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 전년 대비 성장이 지속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라며 먼저 올해 1분기 생성형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서버용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해 메모리 수익성 회복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실적은 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른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삼성전자 올해 컨센서스(전망치 합산)에 따르면 매출 302조1345억원, 영업이익 34조51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메모리 출하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재고는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낮아진 재고 속 AI 서버향 수요와 모바일 고객사 위주 재고 재축적 수요가 이어지면 1분기 메모리 판가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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