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운드스퀘어 3세 시대 포문.. 브랜드 다각화 속도
母 김정수 '불닭볶음면' 신화 영속.. 쏠림 개선 목소리도
子 전병우, '맵탱' 활로 모색.. 뉴트리션 등 신사업도 집중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 전경.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삼양라운드스퀘어 본사 전경. 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불닭볶음면'으로 승승장구 중인 삼양식품이 올해 3세 경영의 단초를 알리며 본격적인 변화에 나선 모습이다. 그간 식품군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제2의 불닭볶음면 신화와 함께 신사업 성과 도출 등을 3세 경영 준비와 함께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양식품의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 상무가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직접 기획한 매운 국물라면 '맵탱'을 제2의 불닭볶음면으로 성장시켜 3세 경영 포문을 열고 첫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 상무는 현재 맵탱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할 맵탱BM(브랜드마케팅)팀의 글로벌 파트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직은 해외시장에서 현지에 맞는 맵탱의 제품 기획과 브랜딩 업무를 맡게 된다.

전 상무는 1994년생으로 전인장 전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다. 공식석상으로는 지난해 9월 열린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 10월 상무로 승진하며 3세 경영에 첫 발을 디뎠다. 식품업계에서 이른 나이에 나선 오너 3세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전 상무가 기획한 맵탱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 출시한 국물라면이다.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지수가 5000SHU로, 일반 불닭볶음면(4404SHU)보다 맵다. 삼양식품의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제품 기획, 네이밍, 디자인, 광고 등 모든 과정에 전 상무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 상무가 직접 기획한 맵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앞서 모친인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 성공 사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불닭볶음면은 1989년 '우지 파동'의 여파로 계속해서 휘청이던 삼양식품을 일으켜 세운 주역이기 때문이다.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회장은 당시 우지 파동을 극복할 묘안을 내놓지 못했고, 삼양은 1998년 회사의 부도 위기까지 가게 된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후에도 국내 라면 업계 3~4위에 그치며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2년 김 부회장이 직접 개발한 불닭볶음면이 시장에 나온 뒤 약 2년 여 만에 크게 주목받으면서 기울었던 삼양식품의 가세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현재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의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2022년) 동기 대비 58.5% 성장한 3352억원을 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4.7% 성장한 43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662억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해외 매출도 78.3% 증가해 239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처음으로 수출이 2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전체 매출 중 해외매출 비중이 72%에 달하는 상황으로, 삼양식품 수출의 80% 이상이 불닭볶음면이다.

김태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과 관련해 "불닭볶음면 판매 호조세와 더불어 신제품 맵탱 판매 실적이 더해지며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지난해 말 기준 주요 품목 가동률이 9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밀양 제2공장 준공 이후 생산 능력이 증가하면 외형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성공에 올해 초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라며 김 부회장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수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2025년까지 1643억원을 투입해 밀양 제2공장을 설립, 불닭볶음면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다만 지금의 성과는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식으면 한순간에 끝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혀, 삼양식품에 대해 상품군 다각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지소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오너 3세인 전 상무가 모친인 김 부회장의 성공을 이어 받아 맵탱으로 새 신화를 쓰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 상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 상무

 

아울러 전 상무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미래 비전에 따라 식물성 단백질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비전선포식에서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음식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 시대가 필요로하는 한 단계 더 진화된 식품을 만든다'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사업 부문별 전략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 ▲식물성 단백질 ▲즐거운 식문화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 및 글로벌 커머스 구축 ▲탄소 저감 사업 역량 집중 등을 제시했는데, 전 상무는 특히 식물성 단백질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기후변화와 건강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목표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2분기 기능성 식품 분야 사업 확장을 위해 기존 유가공 사업부를 통폐합해 뉴트리션 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뉴트리션 사업부는 백색우유, 원료, 가공우유, 기능성식품 등을 취급한다.

뉴트리션 사업부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30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0.3%를 차지하는 등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전 상무를 필두로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상무가 모친의 불닭볶음면 흥행을 이어 식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미래 먹거리와 글로벌 체제를 강화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업계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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