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4 시리즈, 국내 비롯 북미·인도 호응↑
실적 부진·지배구조 개편 속도 저하 등 우려 커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를 향한 재계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가 호평을 받으면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다시 탈환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지난해 영업이익 저조 등 호재와 악재가 겹친 탓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갤럭시 S24 시리즈의 사전개통 마감일을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오는 31일까지였던 것을 다음달 8일까지로 변경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갤럭시 S24 시리즈의 사전 판매를 진행했는데 1주일 동안 121만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사전 판매 중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 준비된 물량이 사전 예약 수량을 초과해 고객들께 불편을 드리지 않기 위해 사전 개통 기간을 확대 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실시간 통·번역과 서클 투 서치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첫 온디바이스 AI 폰이라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북미와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갤럭시 S24 시리즈가 역대급 판매 성과를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다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이 AI를 통해 갤럭시 S24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다"며 "스마트폰 판매가 정체된 상황에서 AI가 매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2년간(2024~2025년) 삼성전자는 갤럭시S24를 기반으로 온디바이스 AI 폰 점유율 55%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온디바이스 AI 폰 글로벌 출하량은 삼성전자 주도 속에 연평균 83% 성장하고, 향후 4년간 누적 출하량이 11억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세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하반기 언팩 일정도 앞당길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AI를 탑재한 폴더블폰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통상적으로 열던 시기보다 약 2주 가량 빨리 개최할 전망이다.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갤럭시 S24 시리즈와 폴더블폰 신제품을 선제적으로 공개해 경쟁자들을 누르고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삼성전자의 상황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연초부터 함께 하고 있는 탓이다. 이 회장은 다음달 5일 '제일모직-삼성물산의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1심 선고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1심 선고가 어떻게 나오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면서 총수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현 상황이 총수 부재로 더 휘청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실적 면에서는 현대자동차·기아가 14년 만에 삼성의 연간 영업이익을 제쳤고 SK하이닉스도 4분기에는 반도체 사업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 반면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이긴 하나 반도체 부문이 여전히 적자일 것으로 예상되고 영업이익도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이 회장의 총괄 지휘 아래 사업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점이다.

여기에 올해 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이 우선 과제로 뽑히는 등 삼성전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적되는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팔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하고 삼성물산을 통해 다른계열사를 지배하는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고리로 돼있다.

이 회장이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이했지만 삼성은 그간의 사법리스크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배구조 개편은 외부 전문가와 내부 구성원 등 여러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이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회장이 그 역할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이다. 

이에 이재용 회장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속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1심 결과가 크게 불리하지 않다면 이재용 회장의 경영활동도 다소 정상화되면서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반대라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오는 5일 진행되는 재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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