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 부진 속 '탈통신'.. AI·DX 등 신사업 본격화
'본궤도' 김영섭·'재신임' 황현식 리더십도 초미관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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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 자체 성장성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이동통신사가 신사업 모색에 나선 가운데, 올해 '2위 자리'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맞붙는 양상이다. 지난해 실적 부진을 딛고 양사의 신사업 추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각 사 수장의 전략에도 큰 관심이 쏠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동통신3사는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정부의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가격 인하 압박과 5G 가입자 순증세 저하, 단통법 폐지 가능성 등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기존의 통신사업 외에 신사업 돌파로 실적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 가운데 SK텔레콤(SKT)이 먼저 AI(인공지능) 시대 도래에 따른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에서 더욱 성과를 보이며 선두로 앞서나가면서 2위 자리를 놓고 KT와 LG유플러스가 올 상반기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4조4967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2.6% 증가한 수치로, 통신3사는 3년 연속 4조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통신사별 영업이익은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KT는 1조6898억원으로 전년(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LG유플러스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1조645억원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3개 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반면 SKT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1조7424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꾸준히 5G 가입자 증가를 이뤄낸데다 AI 수요 기반 데이터 센터 사업과 클라우드 사업의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의 올해 신사업 추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1위인 SKT가 AI를 핵심사업 전략으로 삼고 사업확대를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도 반격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올해는 통신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이동전화 매출액 및 제반 경비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여 올해(2024년) 연간 실적 우려를 키울 수 있다"며 "규제 상황도 좋지 않은데, 특히 3만원대 5G 요금제와 5G폰에 LTE 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식은 통신사 ARPU(이동전화 가입자 당 평균매출) 하락을 이끌 수 있어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이통3사가 '탈통신'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T 본사(왼쪽)와 LG유플러스 본사 전경. 각사 제공
KT 본사(왼쪽)와 LG유플러스 본사 전경. 각사 제공

 

이는 올해 신년사에서 KT와 LG유플러스의 수장이 강조한 공통분모이기도 했다. KT 김영섭 대표는 통신 기업을 넘어 '디지털 혁신(DX) 파트너'로의 성장을 제시했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플랫폼 사업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AI 분야 등의 신사업을 피력했다.

먼저 KT는 올해 '김영섭 호'의 본격적인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말 새롭게 선임된 김 대표는 조직개편까지 신속히 진행해 신사업 추진 틀을 마련했다. AI 사업을 본격화하고 AI 거버넌스를 수립하기 위해 AI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DX)을 가속화를 추진한다. 기존의 'AI2XLab'에서는 AI·빅데이터 거버넌스 수립과 미래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하고, 지난해 11월 신설한 'AI 테크랩'에서는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고객 중심의 AI 응용 기술과 서비스·플랫폼 개발을 수행해 AI분야 핵심 기술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특히 김 대표는 AI를 포함한 핵심 기술의 역량 강화를 통해 B2B(기업간 거래)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최근 초거대 AI '믿음'을 상용화했다. 믿음 출시를 계기로 우선 B2B 시장에 집중한 뒤 글로벌, 제조, 금융, 공공, 교육의 5대 영역으로 초거대 AI 사업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또 스타트업 개방 생태계를 통해 초거대 AI 기반 비즈니스 혁신에 나선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황현식 대표가 유임되면서 올해 신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황 대표는 그간 해지율 하락, 비통신 사업 매출 확대 등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탈통신을 강화해 실적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그는 특히 초거대 AI 3대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자체 개발 통신 맞춤형 AI '익시젠'과 전문가 전용 초거대 AI서비스 '엑사원'이 각각 사업의 한 축을 맡게 되며, 이에 더해 구글과 MS 등 해외 빅테크와의 협력까지 이끌어내 초거대 AI 3대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AI 스타트업 '42마루'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42마루는 사용자의 질의 의도를 의미적으로 이해하고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에서 '단 하나의 정답'만 도출해 내는 딥 시맨틱 TA/QA 플랫폼 개발 기업인데, LG유플러스가 올해 AI와 빅데이터 사업 본격화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KT를 제치고 지난 9월 전체 무선 회선 수 2위에 올랐으나 실적 측면에서는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KT가 LG유플러스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G 요금제 인하 압박을 비롯해 중간요금제 출시 등으로 통신업 자체의 성장과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 모두 신사업을 올해 계획대로 추진해 성과를 거두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양사 간 기싸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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