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보험…빅데이터 기반 'AI 초개인화 서비스' 성큼
단순 업무보조 넘어 마이데이터서비스와 시너지…’슈퍼앱’ 파워업

대구은행과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해 지난해 말 선보인 AI행원 '한아름'. DGB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과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해 지난해 말 선보인 AI행원 '한아름'. DGB대구은행 제공.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새해를 맞아 금융권에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 ‘디지털전환’이 화두였지만, 올해는 AI라는 보다 구체적인 솔루션이 중심에 있다. 새해들어 뉴욕증시가 AI관련 테마주들을 중심으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새롭게 공개된 삼성전자의 휴대폰 S24의 AI기능이 호평을 받는 것도 관심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DGB대구은행은 은행의 새 얼굴로 AI행원 ‘한아름’을 선보였다. 인공지능 서비스 전문기업 ‘이스트소프트’와 함께 탄생시킨 ‘한아름’은 휴먼제작 기술과 챗GPT를 결합해 만든 가상인간으로 비대면 상담부터 증명서 발급 등 창구 업무까지 영역을 넓힐 거라는 게 대구은행 측 설명이다.

대구은행은 우선 사내방송과 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한아름을 투입, 이후 SNS 플랫폼 등으로 활용 영역을 넓힌다는 입장이다.

특히 음성 변환 기술 ‘TTS(Text to Speech)’를 접목, 75종의 언어를 450종의 목소리로 변환 가능하다. 금융권이 동남아시아를 위시해 글로벌 진출을 서두르는 가운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아름은 올해 영업점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와 입·출금 자동화기기(ATM) 등에 탑재하고, 고객과 실시간 상담이 가능토록 개발을 이어간다는 대구은행 측 설명이다.

AI은행원의 원조는 2021년 첫 발을 뗀 신한은행이 원조다. 이후 기술이 진보하면서 국민, 하나,우리, 농협 등도 잇따라 도입해 영업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챗GPT 등장 이후 그 영역과 활용도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도 AI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같은 내용을 단순하게 반복해야 하는 업무가 많은 특성을 고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조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업무자동화의 일환으로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시스템을 도입한 DB손해보험은 이미 130개의 업무에 이를 적용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RPA’는 S/W 로봇을 통해 사람의 작업을 모방해서 자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창출에 전념할 수 있게 단순 반복업무를 돕는다.

특히 기존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 고객별 맞춤 컨설팅과 서비스 제안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동으로 ARS 전화를 걸 수 있는 PDS(Progressive Dialing System)를 RPA가 제어해 미납보험금 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보험료 납부 완결율을 높이는 등 계약관리 부문에서도 구멍이 없도록 하고 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RPA를 단순 반복적인 업무 적용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챗GPT, 생성형AI, 오픈API 등 다양한 신기술과 RPA를 융합하여 업무 자동화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활용을 통한 기업가치 개선을 눈으로 확인 중인 증권업계도 AI활용도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미래에셋증권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모든 사업부문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전반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은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창출해 나가자"며 "WM은 AI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투자니즈를 적시에 해소하고, 모든 고객이 희망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 AI 트레이딩도 중장기적 과제로 삼아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며 AI가 부수적인 툴이 아닌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특히 “연금자산은 가입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 안정성과 성장성을 포함하는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로보어드바이저, 랩 등 투자 솔루션을 강화해 연금 수익률이 제고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DC(확정기여형) 부문에서만 2조719억원 증가하며 전 사업자 중 가장 많은실적을 올렸던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부문에서도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AI가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를 출시한 지 약 500일 만에 계좌수 기준 1만5414계좌, 금액 기준으로 1조4억원을 기록하며 AI가 단순 업무보조에 그치는 도구가 아님을 증명했다. 약 1조원의 자금 중 4050 고객들이 7000억원 이상 가입해 일상 업무로 인해 자세한 신경을 연금 관리에 쓰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모바일 앱에서 현황을 관리하고 AI가 알아서 보내오는 알림 정보를 보고 클릭 몇 번에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게 한 점이 통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아니라 나만의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킨 결과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향후 퇴직연금 부문에서의 활용 확대와 더불어 개인연금까지 AI의 적용을 확대해 연금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나 정상혁 하나은행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필두로 한 증권사 CEO 등 금융권 수장들이 앞다투어 세계 최대의 IT 박람회인 CES에 참여해 AI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처럼 단순히 구경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부스를 차리거나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하는 등 AI가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답보상태에 있는 마이데이터사업도 금융권 정보가 한데 모이고 AI를 통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이어가면 주요 금융사들이 각 계열사 서비스를 한데 통합하는 슈퍼앱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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