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부터 신작 'TL'까지 기대 밖 흥행 실패
경영 쇄신·신작 다각화 통해 상반기 반등 목표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가 휘청이고 있다. 기존에 버팀목이었던 '리니지' 시리즈가 부쩍 부진을 겪는데다 1000여 억원을 투자해 만든 신작이 기대와 달리 초기 흥행에 실패한 탓이다. 이같은 위기 의식에 최근 조직을 개편하고 첫 공동대표 체제로 접어든 가운데 올해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22일 연합인포맥스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7곳이 1개월 이내 제출한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4273억원, 영업이익 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2022년) 동기 대비 각각 22%, 87% 감소한 수치로, 특히 10여 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엔씨소프트의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421억원, 1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7%, 73.9%씩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이 같은 부진은 지난해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리니지' 시리즈 매출 하향과 지난해 말 승부수로 내세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쓰론 앤 리버티(TL)'가 예상과 달리 이용자(유저)를 확대하지 못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결과다.

지난해 12월 7일 출시된 TL은 엔씨소프트가 11년 만에 내놓은 MMORPG 대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압박까지 가해지면서 체질 개선을 꾀한 결과물로, 자동사냥·이동 기능을 삭제하고 확률 요소를 전면 배제한 게임이다.

그러나 이같은 급변화가 아직은 이른 탓인지 이용자의 수요에 충족하지 못하면서 초기 흥행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출시 당시 21개였던 서버는 이용자수 부족으로 인해 10개로 축소·통합됐다.

여기에 최근 해외발(發) 계정 탈취 문제로 보안이 강화되는 기조에 따라 우회 경로로 게임을 즐기던 해외 이용자의 접속도 차단될 수 있어 이용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확률 요소를 전면 배제했기 때문에 더욱 줄어든 이용자 사이에서 소수의 고과금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틀패스 중심의 BM(수익모델)과 서버 수를 고려하면 TL의 4분기 매출액은 75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성과를 감안하면 국내 연간 매출은 400억원을 밑돌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성과 역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 블레이드앤소울2에 이어 TL까지 흥행에 실패하며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실적 개선을 견인했어야 할 TL이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글로벌 출시가 대기 중이나 많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며 "출시 대기 중인 모바일 게임 또안 실적을 크게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라 이익 모멘텀이 약화됐다. TL 흥행 실패와 함께 전반적인 개발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위기감을 감지한 엔씨소프트도 지난해부터 전면적인 변화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구조조정에 나서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경영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사내 전반적으로 인적 쇄신을 꾀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대응을 위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면서 "자사 구성원이 상호 협업 역량을 높여 경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회사는 특히 전문 경영인인 박병무 대표를 영입하며 1997년 창립 이래 이어진 김택진 대표의 단독 체제를 끝냈다. 오너가(家) 중심 경영 기조까지 깨버린 것이다.

이어 올해 초에는 최고사업책임자(CBO) 3인을 중심으로 주요 개발·사업 조직을 개편하고 부진했던 인공지능(AI)금융 조직 해체 및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폐업 등을 결정하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정리를 단행하기도 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동대표를 선임했고 임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엔씨소프트의 변화가 기대된다"며 "관련 비용 절감 효과도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의 효과가 올해 상반기 안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건은 올해 진행할 신작 게임 출시와 흥행 이끌기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지스타에서 선보였던 '배틀크러쉬'와 '프로젝트BSS'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TL의 초기 부진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다각화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여 실적 반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핵심 경쟁력인 게임 개발에 전사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그간 비판받던 가족 경영에서 탈피하고 저수익 사업부를 정리하는 등 위기의식을 느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리니지 시리즈를 제외하고 매번 처음부터 '대박'이었던 게임은 없어왔기에 TL의 흥행 여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켜봐야할 것이며 연내 선보일 신작들이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