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서정수, 부회장급 비서실장으로 이동.. 제약 합병 시기 주목
사측 "장남 서진석 경영 승계와 무관".. '서정수 역할론' 부상

서정수 통합셀트리온 부회장(왼쪽)과 서진석 통합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셀트리온 제공
서정수 통합셀트리온 부회장(왼쪽)과 서진석 통합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그룹의 가족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 '통합셀트리온'을 출범시키고 경영 핵심 요직에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공동의장과 친동생 서정수 셀트리온제약 대표를 앉혔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의 친동생인 서정수 셀트리온제약 대표가 통합셀트리온 부회장 겸 비서실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서 부회장이 통합셀트리온을 이끌며 서 회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를 두고 조만간 추진될 통합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2단계 통합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단계 통합이 마무리되면 6개월 이내 셀트리온제약과의 2단계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 부회장은 약 8년간 셀트리온제약의 수장을 맡아 왔다. 2016년부터 셀트리온제약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서 부회장 취임 후 셀트리온제약은 생산기지인 청주공장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C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EU-GMP를 승인 받았다. 이를 두고 서 부회장이 서 회장의 '글로벌케미컬프로젝트'의 순항을 주도했다는 평이 나온다.

앞서 서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공동의장이 통합 셀트리온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3인(기우성 부회장·김형기 부회장) 각자 대표이사 체제이지만, 서 의장이 경영사업부 총괄을 맡으면서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서 의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2세 경영 승계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셀트리온 측은 "승계랑 전혀 연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 회장이 지난해 8월과 10월 합병은 경영 승계와 무관한 작업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번에도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의장은 사업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갑자기 등장한 것도 아니다"면서 "이번 승진은 자연스러운 경영 참여의 일환이며, 서 의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도 없는 상태"라고 일축했다. 현재 서 회장이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 이상을 보유하고 그룹을 지배하고 있으며, 서 의장은 아직까지는 셀트리온 관련 주식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향후 경영 승계작업이 이뤄진다면 서 의장이 어떻게 지분을 취득할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서 회장의 친동생인 서 부회장이 서 의장의 영양력 확대와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 의장은 1984년생으로,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14년 셀트리온에 입사해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과 셀트리온스킨큐어 경영총괄 수석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유플라이마, 램시마IV 등 주요 제품의 R&D(연구개발) 및 임상·허가 총괄 경험을 쌓았고 디지털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영역도 주도적으로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경영사업부 총괄이 되면서 그간 담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품개발과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도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합병 후 2030년까지 매출 목표 12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신약개발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합병을 통해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업구조를 일원화 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 분산됐던 자원을 통합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M&A(인수합병)나 자체 개발 등을 통해 신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업구조 일원화를 통해 현재 약 70% 수준인 매출원가율이 약 40%까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시장 진입과 입찰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셀트리온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 회장은 오는 7일 국내 바이오 업체들과 함께 미국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에 참석해 통합 셀트리온의 성장 전략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처음으로 글로벌 무대에 나서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거래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행사에서 서 의장은 서 회장과 함께 JPM 메인트랙에서 공동 발표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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