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년(1.9%) 비슷’ 전망
일자리 소멸→소득 감소→내수 축소…불황 그림자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일자리가 귀해졌다. 연합뉴스 제공.
새벽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일자리가 귀해졌다. 연합뉴스 제공.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며 내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매 판매를 비롯한 민간 소비, 투자·건설까지 내수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소매판매가 지난해 1~11월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보이는 한편, 설비투자도 4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PF 위기가 커지는 건설 분야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작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주요 7개국'(G7)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다행히 반도체를 비롯 수출 중심 대기업이 살아나더라도 국내 경기 전반의 회복은 쉽지 않을 예정이다.

밑바닥 경제의 중심이자 국내 가계자산의 70%를 좌우하는 부동산 경기가 가장 골칫거리다. 건설 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3년 1∼11월 건설 수주액(경상)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6.4% 감소했다.

1∼11월 기준으로 건설 수주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2018년(-0.6%)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감소 폭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인 지난 1998년(-42.1%) 이후 25년 만의 최대폭이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건설수주는 2020년 16.6%, 2021년 9.2%, 2022년 10.1%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고금리와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자금조달 비용, 원자잿값과 임금 등이 모두 올라가 사업성이 악화한 탓이다. 완공 이후에도 높은 분양가에 따른 공실 위험이 레버리지를 안고 진행되는 부동산 프로젝트에 부담이 된 영향도 있다.

착공도 부진하다. 작년 1분기 건축착공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했다가 2분기 -46.5%, 3분기 -44.2% 등으로 더 추락했다.

건설업체의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불변)은 작년 1∼11월 8.7% 늘었지만, 수주·착공 부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해를 넘기기 직전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진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2022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가량에 달한다. 제조업과 서비스 기반이 약한 비수도권일수록 건설투자의 비중이 크다. 고용 측면에서도 일용직 근로자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소멸, 가처분 소득 감소, 내수 축소로 이어지는 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매판매·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는 이미 부진한 모습이다.

작년 1∼11월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3년(-3.1%) 이후 20년 만에 '마이너스'다. 19년 만에 2년 연속으로 3%를 웃도는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면서 상품 소비가 위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는 작년 4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장기간 줄어들었다. 작년 1∼11월 설비투자도 1년 전보다 5.4% 감소했다. 2019년 1∼11월(-7.2%) 이후 4년 만의 감소다.

전기전자(IT)·자동차 수출 대기업에 편중된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하더라도, 내수 부진은 다른 주요국들보다도 심한 상황이다.

작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불변가격·전년동기대비)은 0.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6분기 만에 주요 7개국(G7·1.2%) 보다 저조했다. OECD 평균(1.5%)에도 미치지 못한 증가세다.

새해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1.9%로 제시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1.9%)과 비슷한 소비가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앞으로 민간소비는 양호한 고용 사정과 가계소득 증가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겠으나 고금리 영향 지속 등으로 회복세는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024년 경제전망을 통해 "민간소비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상품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1.9%)과 유사한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