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용띠 인물 행보에 주목.. 경제불황 속 해법 찾을지 관건

(왼쪽부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창원 SK그룹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연합뉴스
(왼쪽부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창원 SK그룹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연합뉴스

'청룡의 해'인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앞두고 내년에 활약할 재계 용띠 총수들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내년에 경제불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어떤 용띠 인물이 활약할 지 주목된다.

29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매출 순위 국내 상장사 1000곳의 최고경영자(CEO)들 중 용띠 경영자는 149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SK그룹 최창원 부회장, LS그룹 구자은 회장,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 종근당 이장한 회장, 풀무원 남승우 이사회 의장,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용띠 인물로 꼽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경영승계 작업이 가장 큰 화두다. 김 회장은 올해 본격적으로 아들 셋의 경영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오랜 숙원이었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하면서 그룹 핵심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한화오션을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게 맡기며 한화를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키우려는 전략을 세웠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과 (주)한화 모멘텀부문의 이차전지 분야 사업 가속화도 병행하고 있다.

또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내세워 금융사업 강화에도 나섰으며,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에게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로봇을 일임하며 사업 규모별로 분배를 마쳤다. 지난 10월에 실시한 임원인사에서는 김동선 전략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업 지휘에도 더욱 힘을 실었다.

내년에는 각 아들이 맡은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지 살펴보고 세부적으로 승계를 위한 사업 구조 및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창원 SK그룹 부회장은 올해도 SK디스커버리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화학, 가스, 제약에서 친환경 소재, 재생에너지, 바이오 중심 회사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에 대한 몰입도가 높고 전략적 판단 능력이 뛰어나 미래 사업 구상과 안정을 동시에 꾀하는 데 적격인 인물로 꼽힌다.

내년에는 SK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더욱 중책을 맡게 됐다.

최근 SK그룹 내 화두는 '서든데스(돌연사)'로, 최태원 회장은 확실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경제불황 위기가 큰 만큼 더욱 신중하게 자금을 사용하고 사업 경쟁력을 마련해 나가자는 취지다.

현재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이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따라 자금 확보를 위해 투자 전략 전면 수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창원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올해 1월 2030년까지 자산 50조원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2030'을 선포한 데 따라 핵심 추진 과제로 CFE(Carbon Free Electricity·무탄소 에너지원) 신성장 사업과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을 추진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특히 LS전선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으며, LS일렉트릭은 북미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이뤄나가는 중이다.

다만 CFE 사업과 배터리·전구체 분야의 성과와 투자에 비해 배·전·반의 마지막인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투자 기조를 보이지 않고 있어 내년에는 이와 관련한 사업을 적극 전개하는 것이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왼쪽부터)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남승우 풀무원 이사회 의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각 사 제공
(왼쪽부터)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남승우 풀무원 이사회 의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각 사 제공

제약업계 용띠 중에는 동아쏘시오와 종근당의 총수에 이목이 집중된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경우 지난 10월 '국내 제약업계 맏형'이었던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6세의 나이로 타계한 가운데 장남인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올해 경영에 다시 나선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강신호 명예회장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되며 그룹의 '지속가능협의회 위원장(CSO)'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향후 CSO로서 사회책임경영과 R&D(연구개발) 신약 개발 부문,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해 그룹사 전문경영인들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그룹의 성장을 함께 이끄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종근당은 올해 이장한 회장 지휘 아래 R&D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최근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신약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만달러(1조73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혁신 신약 개발을 주창해온 종근당이 20년, 30년에 걸친 인고의 세월을 일부 보상받은 셈이다.

그동안 종근당은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 몇몇 경쟁사에 밀려 기술수출의 최일선에 서지 못했는데 올해야말로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근당의 이번 기술수출은 계약 상대방이 노바티스라는 글로벌 제약사란 점, 그리고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8000만달러(1061억원)로 전체 계약의 6%에 달한다는 점 등이 주목받고 있다. 그만큼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았다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내년 이장한 회장의 과제는 종근당이 '글로벌 톱(top) 50위 기업'에 발을 들여놓도록 하는 것이다. R&D에 특히 집중하고 투자해온 만큼 '혁신 신약(First-In-Class)'을 여럿 선보여야 할 때라는 시각이 많다.

식품사 중에서는 남승우 풀무원 이사회 의장과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용띠다. 남승우 의장은 지난 2018년 전문경영인인 이효율 대표를 총괄로 내세우면서 경영 일선에서는 몇년 째 물러난 상황이지만 풀무원 최대 주주로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평가다. 남 의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올해 풀무원은 이효율 대표 체제 아래 외형과 내실 모두 성장을 이뤄 호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2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09억원으로 29.4%나 늘었다. 오랜 과제였던 해외 사업이 올해 반등 조짐이 커진 덕분이다. 올해 초 내세운 연매출 3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미국과 일본 법인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중국 법인을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해외법인 부분이 흑자전환까지는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요가 커지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 인기가 높은 두부 관련 제품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해 더 큰 반등을 노릴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올해도 주력 상품인 '불닭볶음면'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66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9090억원)과 맞먹는 성적을 올리면서 4분기까지 합하면 사상 첫 연간매출 1조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효자 '불닭볶음면' 출시를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김전수 삼양식품 부회장이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는 중으로, 해당 제품을 다양한 맛으로 개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년에도 포트폴리오 강화가 과제로 주어졌다. 불닭볶음면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제품이 없는데다 올해 건면, 냉동, 소스 등 수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출 전용 브랜드 발굴에도 나서고 있지만 더욱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면 스낵 외 사업 매출이 없다시피한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경영학 관점에서 볼 때 용(龍)은 기존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조력이 뛰어나고 다른 여러 강점을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승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융합 능력 또한 탁월하다"며 "용의 해를 맞는 경영자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경영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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