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강자 쿠팡, 식품사와 납품가 기싸움 여전
CJ제일제당 안착했지만.. 배송 서비스 확보 '난제'

서울 시내 CJ대한통운 사업소
서울 시내 CJ대한통운 사업소

 

쿠팡이 명실상부한 이커머스 1위 기업으로 떠오르면서 납품업체와 가격 결정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에 쿠팡과 분쟁을 빚는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동원F&B, 풀무원, hy(한국야쿠르트) 등 업체들이 가격 결정권 확보와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온라인 자사몰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공식 자사몰 ‘CJ더마켓’에 '내일 꼭!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오후 11시 이전 주문하면 다음날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 서비스로 쿠팡의 로켓배송과도 유사하다.

CJ제일제당은 CJ더마켓에 익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후 내년 1월 말 CJ제일제당의 네이버 공식 브랜드스토어 등 다른 플랫폼에도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배송되는 제품도 기존 햇반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상온 제품에만 적용됐지만 이제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의 익일배송 서비스 도입은 자회사 CJ대한통운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통합 배송 서비스 '오네'를 선보이면서 쿠팡의 로켓배송과도 견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은 자사몰 멤버십 가격도 낮추면서 회원수 확보에 나섰다. 오는 20일부터 CJ더마켓 유료 멤버십 '더프라임'의 회원비를 월회원 990원, 연회원 9900원으로 절반 이상 낮춰 350만명인 회원수 대폭 확보에 나선다.

CJ제일제당이 쿠팡 로켓배송과도 견줄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구축하면서 사실상 쿠팡에 제품 납품 가능성은 사라졌다. 쿠팡은 지난해 11월부터 CJ제일제당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쿠팡과 납품가 협상에서 원하는 마진율을 확보하지 못해 발주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1년 넘게 두 업체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CJ제일제당은 자체적인 서비스를 구축, ‘탈(脫)쿠팡’에 성공한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의 올해 3분기 식품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23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CJ제일제당과 쿠팡 간 분쟁을 지켜본 식품업계에서는 자사몰 육성에 자극받은 모습이다. 비단 쿠팡만이 아니라 마트, 백화점 등 유통채널과 식품업계 간 납품가 분쟁은 자주 발생해왔다. 납품가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자사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CJ제일제당이 최근 증명하는 셈이다.

동원F&B는 자사몰 ‘동원몰’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밴드플러스’과 라이브커머스 채널 ‘D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동원몰은 동원F&B가 2007년 운영을 시작한 온라인 자사몰로 식품과 식자재를 판매하고 있다. ‘밴드플러스’에 가입한 소비자는 연회비 3만원에 해당되는 금액을 동원몰 포인트로 100% 돌려받으며 제품은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동원F&B의 온라인사업부문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한 1276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크다. 상반기 기준 동원몰 회원수도 전년 대비 3% 증가했고 유료 멤버십 가입자수도 전년 대비 35% 늘었다. 이에 동원F&B는 2021년 온라인사업부문을 분할해 동원디어푸드를 출범시키면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풀무원이 풀무원식품과 올가홀푸드, 풀무원녹즙, 풀무원다논 등 자사 브랜드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 ‘#(샵)풀무원’은 2021년 8월 출시 이후 2년여간 매출이 68% 늘었다. #(샵)풀무원에 최근 1년간 유입된 신규 회원 수도 전년 동기 대비 12만명 증가해 누적 가입자 28만명을 기록했다.

hy도 자사몰 ‘프레딧’ 활성화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프레딧의 최신 구매 데이터 470만건을 분석한 결과 신규 정기구독 계약 건수는 전년 대비 50.2% 증가했다. 유료로 운영하는 ‘프레딧 멤버십’ 가입자수도 지난해 1월 6000명 수준에서 올해 10월 4만명을 넘어섰다. 프레딧 ‘정기배송 서비스’가 전체 거래액의 60%를 차지하며 이번 성장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식품업계의 자사몰 강화가 이뤄지고 있으나 과제도 산적하다. 자사몰의 성장세가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쿠팡, 네이버 등 유통플랫폼을 통한 제품 구매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의 성공사례에서도 자사몰 육성 뿐만 아니라 ‘탈쿠팡’ 세력을 키우면서 타 플랫폼 입점도 과감하게 추진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신세계 유통 3사와 협업하면서 공동으로 상품 개발을 진행하고 신제품들을 신세계의 플랫폼에 우선적으로 선보였다. 네이버의 '도착보장관'에도 입점했고 컬리와도 협업했다.

또 CJ제일제당은 다른 식품업체는 달리 자체 배송이 가능한 대한통운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몰에서 익일배송까지 가능해 소비자들도 자사몰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식품업체는 이러한 배송 서비스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쿠팡 내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높더라도 높은 영업이익을 담보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최저가 경쟁에서 낮은 온라인 영업이익을 신경써야 하는 만큼 자사몰 육성으로 충성 소비자 확보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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