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비중 20% 하회…지난 해 6월 최 경제수석 ‘마드리드 발언’ 오버랩
당시 최 수석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발언 주목

4일 기재부장관 후보에 지목된 최상목 후보자가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4일 기재부장관 후보에 지목된 최상목 후보자가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지난 해 대통령 유럽순방 당시 최상목 경제수석이 발언해 주목을 받았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종료’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분석 보고서를 한국은행이 4일 발표했다. 발표 당일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하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명해 우연의 일치가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은 4일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를 누리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중국 성장구조 전환과정과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한은은 “중국 경제의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기술경쟁력 제고로 경합도가 상승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이 중간재를 만들고 중국이 값싼 노동력으로 완성해 수출하는 보완관계가 약해지고 중국과 기술 경쟁을 하는 분야가 늘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대중 수출이 갑자기 절벽처럼 꺾인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적 측면에서 그런 제약 요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수년 전부터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전기차, 이차전지, 태양광 등 신성장산업을 발전시키며 한국의 경쟁자로 변신했다.

이 같은 구조적 전환이 결국 부동산 투자 위축,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을 초래, 중국 내에서 성장에 따른 수입유발 효과도 축소되고 있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지난 2020년 중국 내 소비, 투자, 수출 등 최종 수요의 수입유발계수가 2017년보다 하락했고, 같은 기간 최종 수요가 한국의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비중도 소폭 축소됐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

대중 수출액은 올 들어 11월까지 1140억달러로 총 수출금액(5751억2천만달러)의 19.8%로 집계됐다. 2004년(19.6%) 이후 1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 비중은 2018년 26.8%까지 올랐으나, 2019년 25.1%, 2020년 25.9%, 2021년 25.3%로 유지되다 지난해 22.8%로 떨어진 뒤 축소 폭이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을 제외한 대중 수출 비중은 더 크게 줄었다.

한은은 "따라서 우리 경제는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을 소비재 중심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술개발을 통해 수출품의 대외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6월 말 나토(NATO) 정상회담 기간 대통령 순방에 동행했던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마드리드 현지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선 사실 유무를 떠나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수출국가인 중국을 겨냥해 경제수석이 대놓고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실제 중국 측도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크게 반발하는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나토의 위험한 담장 아래 서면 안 된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나토를 아태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늑대를 끌어들이는 것처럼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며, 이는 중국과의 전략적 상호 신뢰를 상하게 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취임 한달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이 하라 말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가치와 국익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 때와 같은 보복이 있더라도 우리 원칙을 지켜야 하냐? 물론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수출국가의 편중 현상 완화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정상회담이 유럽에서 열리는 상황이다 보니 확대 해석된 부분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오른 최상목 지명자는 63년생으로 서울법대를 나와 행정고시를 거쳤다. 재경부, 금융위, 기재부 등에서 주요 요직을 거치고 대학교수와 농협대 총장을 맡는가 하면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초빙연구위원을 역임하는 등 학구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는 재학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서울법대를 수석 졸업한 수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은 뒤 지난 해 5월부터 경제수석을 맡아오며 일찌감치 차기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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