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녀와 상속소송 이달 중 3차 변론기일 진행
경영권 분쟁 속 '구광모 핵심 체제' 확립 본격화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제공

경영에 있어 '인화'를 중요시해온 LG그룹이 이례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불확실한 경영환경 타개가 중요한 상황에서 오너 리스마저 발생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은 2인 부회장 체제를 정립하는 등 내년 인사를 단행하며 더욱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LG그룹 내 경영권 분쟁은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경영 참여를 원한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장기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월과 11월에 이어 이달 중 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 대표, 구연수 씨와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1974년 LG그룹 설립 이래 처음 발생한 집안 싸움으로, 구 회장을 상대로 김 여사와 두 딸이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애초 세 모녀는 소송에 관해 "경영권 분쟁이 아닌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해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2차 변론기일에서 경영권을 위해 지분을 더 원하고 있다는 녹취록이 드러나면서 파장을 빚었다.

당시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아빠(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다시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구 대표)", "구연경 대표가 아빠(구 선대회장)를 닮아서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김 여사)" 등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번 구 회장의 경영권 관련 위기는 '장자 승계 전통'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구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LG그룹 승계를 위해 큰 아버지인 구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구 선대회장에게 딸(구 대표, 구연수 씨)은 있었지만 경영권을 물려줄 아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을 경영권에서 배제하는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LG그룹이 그간 장자 승계로 경영 리더를 선출해오되 철저하게 경영 수업을 거치도록 하고 혹독한 경영 훈련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아야만 회장이 될 수 있도록 했기에 당초 잡음이 없었으나 이례적으로 최근 세 모녀가 반기를 든 것이다.

지난 2차 변론기일을 마친 후 판사는 "시간상 제약이 있고 변론에 대한 심증 형성의 문제 때문에 원고와 피고 대리인들이 자유롭지 않고 재판부 또한 자유롭지 않다"며 구 회장과 세 모녀가 조정 절차를 거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세 모녀가 언제든 다시 반기를 들 수 있는 상황에서 조정을 통해 구 회장의 지분이 줄어든다면 향후에도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세 모녀가 주장하는 법적상속 비율에 따라 김 여사와 구 회장, 두 딸이 1.5대 1 대 1의 비율로 다시 지분 상속을 받는다면, 구 회장의 보유 지분은 9.7%로 낮아지는 반면 김 여사는 7.95%로 올라 2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이같이 경영권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구 회장은 최근 정기인사를 통해 자신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드러낼 수 있는 핵심인력을 전진배치하며 입지 다지기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그간 그룹 경영의 핵심 축이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용퇴하면서 구 선대회장이 직접 임명한 6명의 부회장단(하현회·조성진·한상법·박진수·차석용·권영수)이 모두 LG그룹을 떠났고, 구 회장이 직접 선택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권봉석 (주)LG 부회장만이 남게 됐다.

이를 두고 회장직에 선임된지 5년 만에 '진짜 구광모호(號)'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번 LG 인사는 구 회장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핵심 임원진을 전진 배치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래 '잘할 수 있는 것을 밀어 주고 아닌 것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기조로 그룹을 이끌어 왔다. 이에 스마트폰 사업도 과감히 접었고, 자신있는 배터리와 전장(자동차 전자장치) 등의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그룹의 성장을 주도했다. 이에 이제 구 회장의 인물들로만 채워진 LG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구 회장은 올해 마지막으로 내야하는 상속세 납부도 준비를 마쳤다. 그는 지난달 29일 한국증권금융에 (주)LG 주식 320만주를 담보로 1670억원을 대출 받았다. 구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주)LG 주식 8.76%(1512만2169주)에 대한 상속세를 5년간 여섯 차레예 걸쳐 분할 납부해야하는데, 올해가 마지막 여섯번 째다.

재계 관계자는 "LG가(家) 세 모녀가 경영권을 원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 회장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구 회장은 개의치 않고 '마이웨이'식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라며 "특히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구 선대회장 시절 부회장 6인이 모두 물러나고 구 회장과 2인 부회장 체제가 마련되면서 더욱 '구광모의 LG'를 보여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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