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출산율 하락 속도 세계 1위
2025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2046년 일본 제쳐

 

지난 3월 엄마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최초로 4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3월 엄마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최초로 4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공.

합계출산율 0.7명대로 세계 최저 수준까지 내려온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면 2050년에는 경제가 역성장하고 2070년엔 인구수가 4000만을 하회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시집중도와 집값을 낮추고 청년고용과 혼외출산을 늘리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 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저, 217개 국가·지역 가운데 홍콩(0.77 명)을 빼고 최하위다. 홍콩이 중국의 특별자치구임을 감안하면 국가로는 한국이 최하다.

출산율 하락 속도 역시 한국이 세계 제1이라, 1960∼2021년 합계출산율 감소율(86.4%·5.95→0.81 명)은 217개 국가·지역을 통틀어 1위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어(20.3%)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뿐 아니라, 2046년 일본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 최대국이 된다.

한은은 특별한 정책적 대응이 없을 경우 2070년에는 90%의 확률로 연 1% 이상의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같은 확률로 총인구도 4000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 결과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은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진다. 2050년대 전체 평균으로도 '성장률 0% 이하' 확률이 68%나 된다.

이에 따른 노인 빈곤 문제와 우리 사회의 소득·소비 불평등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은이 지적한 저출산의 핵심 원인은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이다.

우리나라 15∼29세 고용률은 2022년 기준 46.6%로 OECD 평균(54.6%)보다 8%p나 낮다. 대학 진학률 차이와 군대 등을 고려해 25∼39세 고용률을 비교해도 한국(75.3%)은 OECD 평균(87.4%)을 12.1%p 하회한다.

경제성장 엔진이 멈추고 IT의 비약적 발전으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청년 일자리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면서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5∼29세 임금금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9.6%p나 뛰었다.

딜로이트가 46개국 MZ세대(1983∼2003년생) 2만32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생활비를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 꼽은 비율은 한국 MZ세대(45%)가 전체 평균(32%)보다 높았다. 반대로 "재정적으로 안정됐다"는 답변 비율은 한국(31%)이 전체 글로벌 평균(42%)보다 낮았다.

전국 25∼39세 남녀 2000명(미혼자 1000명·기혼자 1000명) 대상 설문·실험에서는 체감 경쟁압력이 낮은 집단의 희망 자녀수(0.87 명)가 체감 경쟁압력이 높은 집단(0.73 명)보다 0.14 명 많았다. 취업이 안정돼야 2세계획도 늘어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주거·교육·의료비와 관련해 비용 요인을 연상시킨 뒤 결혼 의향을 물어보자, 주거비 정보를 접한 미혼자 그룹의 결혼의향 비율(43.2%)이 전체 미혼자 평균(47.2%)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주거문제가 결혼을 막고 저출산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다.

취업자의 결혼의향 비율(49.4%)은 비취업자(38.4%)를 웃돌았지만, 비정규직(36.6%)의 경우 오히려 비취업자보다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직장이 있어도 안정성이 떨어지면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볼 수 있다.

또 자녀 지원에 대한 의무감이 큰 그룹(자녀 혼인 이후까지)의 결혼의향율(43.7%)은 의무감이 작은 그룹(고교 졸업까지·50.6%)보다 대폭 낮았다. 양육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OECD 35개국(2000∼2021년) 패널 모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 추론했다.

그 결과 2019년 지표 기준, 한국의 도시인구집중도(431.9%)가 OECD 평균(95.3%)까지 떨어지면 합계출산율이 0.414 명 상승했다. 청년(15∼39세) 고용률(2019년 기준 58%)이 OECD 평균(66.6%)까지 올라도 0.119 명의 증가 효과가 기대됐다.

이 밖에 혼외출산비중(한국 2.3%·OECD 43%), 육아휴직 실이용기간(10.3주·61.4주), 가족 관련 정부 지출(GDP대비 1.4%·2.2%), 실질 주택가격지수(104·100)가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되면 출산율이 각 0.159 명, 0.096 명, 0.055 명, 0.002 명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6개 지표의 개선이 합계출산율을 최대 0.845 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 완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등의 '구조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 밖에 정부의 가족 지원 예산도 대폭 늘리고, OECD 최하위권인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여 실질적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정책 노력으로 출산율을 약 0.2 명만 올려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p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최초로 40만명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에 진학한 2016년생들은 40만1752명이었는데, 2016년 출생아 수는 40만6243명이었다. 2017년 출생아 수는 한 해 전보다 5만명 가까이 감소한 35만7771명으로 급감해 40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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