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업황 부진 타격 지속.. 더욱 신중한 투자
현대차·LG, 내년도 시장 우위 선점 뒤 투자 속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각 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각 사 제공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기업들도 내년에는 투자에 있어 '신중 모드'에 접어든 분위기다. 특히 4대그룹은 올해 성적표를 기반으로 사뭇 다른 행보를 예고해 각 그룹의 투자 계획에 이목이 쏠린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10대 제조업 기업의 설비투자는 연초 정부가 제시한 목표(100조원) 대비 약 66% 이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게 된 모습이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내년에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할 전망이다. 내년에도 경기 둔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22대 총선과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 요소들까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은 긴축 경영 기조를 강화하고 필수적인 연구개발(R&D) 및 시설 투자만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4대 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업황 부진이 심각한 산업도 많았고 국내외 여러 요소들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올해 다져놓은 기반에 따라 투자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한파로 휘청인 삼성전자와 SK그룹은 더욱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우는 모습이다. 적자가 심각했던 만큼 투자에 따른 확실한 성과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에만 반도체 부문에서 12조6900억원의 누적적자를 냈고, 같은 기간 SK그룹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누적적자도 8조764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최근 미래 신사업 강화를 위한 부회장급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특단의 조치를 냈다. 이곳에서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정보통신) R&D 등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계획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앞서 최태원 회장이 '서든 데스'(돌연사)를 제시하면서 확실한 투자와 성과를 강조했던 만큼, 예년보다 더욱 촘촘한 전략을 세워 내년 사업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달 7일 예정된 임원 인사를 통해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분야의 신사업을 이끌 새로운 리더들을 전면 배치하고 대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SK는 투자 자금 마련과 재무부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 있다. 내년 하반기 SK온의 기업공개(IPO)가 구체화되기 시작하면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해진다.

4대 그룹 가운데 올해 괄목할만 한 성과를 낸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신중을 기하면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포드, GM(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및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오히려 가속화한다. 특히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에 집중하면서 주목받고 있다는데, SDV 핵심계열사인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인재 및 기술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 밖에 최근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준공한 데 이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공장(HMGMA), 울산 전기차전용공장 등 글로벌 전기차 핵심 거점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준공된 HMGICS는 AI,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제조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도입한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차종을 출시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LG그룹은 올해 전장 3총사로 불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과 배터리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견고한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임원인사에서도 이들 계열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뚜렷했다. 이를 두고 구광모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방식과 빠른 사업 재편에 적합하게 변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운용 펀드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하면서 미래 준비에 나섰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 계열사의 주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다. 이곳을 통해 신사업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해야할 곳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기업별 상황에 따라 분야나 규모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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