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생각하면 올려야…내년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딜레마
전문가들 “동결 이어지다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 시작” 전망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가운데)와 금통위원들. 연합뉴스 제공.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가운데)와 금통위원들.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이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30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에 동결시켰다. 7번 연속 동결이자 기간으로는 10달째다. 내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자칫 금리 인상은 기업 조달비용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2020년 3월부터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2021년 8월 다시 베이비스텝(25bp 인상)을 밟으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지난 2월 동결로 멈췄고, 3.5% 기준금리가 이날까지 약 10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7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성장 부진 속에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만 계속 커지는 '딜레마' 상황이 이어지는 게 원인이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동결이 확실히 되는 분위기라 한은이 발표하는 성장률 전망치 수정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은 기존의 1.4%를 유지하면서도, 내년 성장률은 당초 2.2%에서 소폭 낮춘 2.1%로 조정했다.

경기 회복세가 불투명한 가운데 기준금리 하향 카드도 검토할 순 있지만 아직 미국 연준이 시일을 뒤로 미루고 있어 선제적으로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한은은 그간 기준금리 하향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가계부채 문제만 해도 계속 늘어나는 대출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미 현실적인 이유로 대출에 나선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선뜻 상향하기도 어렵다. 다만 아무리 기준금리와 달리 시장금리가 움직인다 해도 미국과의 금리 역전 상황이 지속되는 것도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생각할 때 부담스럽다. 한국 경제가 외국인 관점에서 매력적인 비교우위가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 이탈이 없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환율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자금이 머무를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은의 고민이 내년 상반기께까지 이어지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소장은 "연준은 내년 5월이나 6월 인하를 시작할 것 같고, 한은은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7월 정도 낮추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다만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미국의 인하가 5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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