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알엑스 자회사 편입 통해 미주·유럽 개척
실적 감소에 M&A 대응.. 높은 몸값은 '걸림돌'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뷰티 수요 감소로 저조한 실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급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금액을 베팅했다는 점에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31일 코스알엑스(COSRX)를 자회사로 포함시키기 위해 코스알엑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잔여 지분 28만 8000주를 7551억원에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9월 코스알엑스 지분 38.4%를 취득하면서 1800억원을 투자했다. 이번에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코스알엑스 지분율은 93.2%로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 인수에 투자한 금액은 총 9351억원에 달하며, 이는 역대 M&A 규모 중 최대다. 아모레퍼시픽이 미국 진출을 위해 지난해 10월 인수한 뷰티브랜드 ‘타타 하퍼’의 몸값이 168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중소 뷰티 기업 코스알엑스에는 5배가 넘는 몸값이 책정된 것이다.

게다가 아모레퍼시픽이 경쟁사인 LG생활건강과는 달리 M&A보다는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는 점을 보면 매우 이례적인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대규모 M&A는 아모레퍼시픽이 처한 현 상황과 관련이 깊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 74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특히 누적 영업이익은 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이는 뷰티 시장의 큰손격인 중국의 소비 여력이 크게 줄고 현지 중저가 브랜드가 경쟁력을 강화한 영향이 컸다. 현지 소비자도 자국 브랜드 애용 열풍이 불면서 중저가 브랜드는 자국 제품을 선택하고 값비싼 고급 브랜드만 한국이나 프랑스, 일본 제품을 선택하는 성향을 보인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뷰티업계는 중국의 변화양상에 맞춰 중국 시장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적극 진출하며 매출처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회사는 지난 4월 라네즈를 앞세워 영국에서 72개 매장을 운영하는 럭셔리 뷰티 멀티숍 'SPACE NK' 매장에 입점했고 세포라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중동시장에도 진입했다. 6월과 7월에는 일본 시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해 에스트라, 헤라, 프리메라 등 총 11개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이 외 해외시장의 확장성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코스알엑스 인수를 통해 북미, 유럽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3년 설립된 코스알엑스는 민감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로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2018년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 입점했고 에센스 제품은 아마존 뷰티&퍼스널 케어 부문 톱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다.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6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1902억원의 매출과 7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아모레퍼시픽이 고전 중인 북미와 유럽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젊은 브랜드로 해외에서 잘 알려진 만큼 아모레퍼시픽이 추진 중인 ‘젊은 브랜드 리브랜딩’과도 어울릴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모델을 기존 배우 송혜교에서 블랙핑크 로제로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인수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으나 우려 역시 제기된다. 코스알엑스의 높은 몸값과 당장의 유동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시장 내에서 코스알엑스의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아모레퍼시픽의 인수 금액은 시장 가치보다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재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투자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이 1조원의 금액을 투자한 상황은 여유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부터 현금 곳간 채우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회사는 2021년 6월 기존 사옥인 성암빌딩을 1520억에 매각했으며, 지난해에는 강원 지역사업부를 부동산 시행사에 처분했다. 지난 9월에는 진천 공장 부지를 동원F&B에 241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449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6065억원으로 증가했다. 확보한 현금을 곧바로 코스알엑스 인수라는 새로운 승부수로 활용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코스알엑스의 상장 가능성도 언급된다. 당장은 코스알엑스의 자회사 편입을 통한 실적 회복에 힘쓰겠지만 중국 시장이 회복된다면 향후에는 IPO(시장공개)도 가능할 것이란 의미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인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의 상장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으나 당장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어 상장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코스알엑스의 상장에 대해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며 “코스알엑스가 높은 해외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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