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한수 위 신한…KB도 실적 개선 시동
요양산업 넘겨받은 KB…’화학적 결합’ 갈 길 멀어

생보업계 TOP2를 선언한 신한라이프 이영종 대표(왼쪽)와 TOP3를 선언한 KB라이프 이환주 대표. 각사 제공
생보업계 TOP2를 선언한 신한라이프 이영종 대표(왼쪽)와 TOP3를 선언한 KB라이프 이환주 대표. 각사 제공

전통의 생보업계 빅3(삼성·한화·교보)에 도전장을 내며 빅2와 빅3 진입을 선언한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전통의 맞수 금융그룹 KB와 신한의 계열 생명보험사라는 점, CEO모두 은행 출신으로 인수한 보험사의 CEO를 맡고 있다는 점 등에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실적과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신한라이프가 한발 앞선 반면, KB라이프는 신설된 노조와의 관계 정립,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한 요양산업 안정화 등 아직 PMI(인수 후 통합)작업이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마진 확대에 반발하며 상생금융을 강조하는 가운데, 계열 증권사들도 어려운 업황에 고전하면서 금융지주 내 보험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인수, 통합한 신한라이프(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와 KB라이프(KB생명+푸르덴셜생명)간 불꽃 경쟁이 한창이다.

올 초 각 계열 은행 출신 양사 CEO가 공식 선임되면서 업계 빅3 진입을 선언한 가운데, 통합된 회사의 화학적 결합력을 어떻게 높여갈지도 숙제다.

KB금융이 양종희 회장 체재로 접어들며 계열 CEO들의 연임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지만 올 1월 통합 출범한 KB라이프 이환주 대표는 여기서 한발 비켜나 있다.

이 대표 임기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점도 있지만, 인수한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전 회사 KB생명 CEO를 맡았던 이 사장은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CFO로 일하며 이미 그룹과 손발을 맞춰온 사람이다. 상생금융으로 골머리 아픈 은행과 업계가 사면초가인 증권업계를 생각할 때 굳이 조직 파악을 마치고 안정성을 찾아가는 CEO를 임기중 교체할 실익이 크지 않다.

양종희 회장 스스로가 부회장 시절 그룹의 보험부문을 총괄해온 사람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보단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것을 관리감독하면 되는 국면이다. 다만 그런 관점에서 이 대표도 긴장의 끈을 놓기는 어렵다. 맞수 신한라이프보다 자산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수익성도 아직 경쟁사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범 후 KB라이프는 3분기 누적으로 28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수익을 각각 더한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 1344억원을 배 이상 넘어선 실적이다. 계열 은행의 힘을 빌어 방카슈랑스에 집중했던 기존 KB생명과 전속 설계사를 중심으로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판매에 강점이 있던 두 회사의 시너지가 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각에선 KB라이프가 단기 실적을 내기 위해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훗날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연금보험을 개정, 환급률을 끌어올리며 사업비를 늘린 것이 단기 영업에는 도움이 되지만 향후 예실차를 확대해 수익성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 시절 전속 설계사들의 우수한 영업력과 조직관리는 정평이 나 KB가 인수에 적극성을 보인 원인이었다”며, “다만 작년 제판분리(상품기획과 판매조직의 분리)를 통해 전속설계사가 아닌 GA중심으로 판매 방식이 바껴 사후관리가 되지 않고 해지율이 높아질 경우 비용 유지율이 상품 설계 당시보다 낮아져 현재 업계의 화두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약화될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존에는 없던 노조가 생겨난 것도 고민 사항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B라이프노조는 올해 승진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쟁의에 들어간 상태다. OT(초과근무) 전면 거부 및 휴일근로 거부를 내세운다. 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전체 임직원 약 700명 중 절반 정도가 투쟁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통상 사측으로 분류되는 기획, 인사 등의 부서와 임원 및 부장급 이상 직원을 뺀 대다수가 참여한 수준이다.

KB라이프가 겪고 있는 갈등은 이미 신한라이프에게는 일년 전 지나간 일들이다. 역시 더 작은 조직인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라는 큰 회사를 흡수통합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없을 수 없었다.

초기 CEO를 맡은 성대규 사장은 보험전문가로서 회사의 통합을 알리기 위해 ‘로지’라는 가상인간을 모델로 내세우고, 회사 CI컬러인 보라색을 앞세워 컬러마케팅을 시도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다만 양사의 전산시스템을 통합하고 인사, 직급, 처우 등을 중심으로 한 화학적 결합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고, 2대 대표이사를 맡은 이영종 대표가 올 초 CEO에 오르면서 빠르게 문제를 봉합했다.

신한은행 출신으로 은행과 지주에서 전략기획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이 대표는 2019년 신한은행 강서본부장을 끝으로 통합전의 오렌지라이프로 옮겨 보험업에 입문했다. 2021년에 부사장에 오르고 통합 신한라이프의 전략기획그룹장과 그룹의 퇴직연금사업을 동시에 진두지휘하며 성대규 사장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업을 들여다보며 연구할 시간을 번 셈이다.

CEO에 오른 이 대표는 업계 TOP2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TOP2는 삼성생명과 경쟁하며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넘어서겠다는 포부다.

올해 3분기까지 신한라이프는 당기순이익 4276억원으로 전년 동기 3704억원 대비 15.4% 증가를 기록했다. KB라이프보다 정확히 900억원 많은 수준으로 매달 100억원씩 더 벌어서 남겼다는 뜻이다. IFRS17 적용이 시작된 올해 핵심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보험계약마진(CSM) 잔액은 7조2030억원으로 동 기간 KB라이프의 CSM 잔액 3조2000억원의 배가 넘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고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성장할 것은 분명하나 천명한 바와 같이 업계 TOP2와 TOP3가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특히 올해 IFRS17 도입으로 실적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숫자만 가지고 성장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가 중장기적으로 요양산업을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보고 경쟁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KB가 KB손해보험이 하던 요양시설사업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가져오면서 비보험 사업에서도 날개를 장착하게 된 점은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신한라이프 대비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노조가 보험회사 출신이 아닌 은행 CFO출신 CEO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있어 처우 등에 대한 눈높이 조정 등 PMI 작업을 마쳐야 조직이 안정될 수 있는데, 상생 요구가 보험권으로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얼마나 현실적인 타협이 빨리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