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체제서 수익성 중심·자산유동화로 흑자전환
자산매각·고배당 지속… 기초체력 저하 우려 남아

한샘 본사 전경. 한샘 제공
한샘 본사 전경. 한샘 제공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 선두인 한샘이 김유진 대표 체제를 맞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운용 효율 개선과 공급망 통합 등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다만 오프라인 전시장 등 자산의 유동화와 고배당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회사의 기초체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한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800억원으로 전년 동기(4773억원)에 비해 0.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36억원) 영업적자에서 올해에는 4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규모가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흑자전환은 다소 고무적이다. 한샘은 지난해 상장 20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졌다. 당시 영업적자가 21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15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인테리어 시장과 관련이 깊은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침체된 영향이 컸다.

실적 부진에 빠진 한샘은 이투스와 지오영그룹 사장 출신인 김진태 대표를 1년 반만에 경질했다. 대신 김유진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오퍼레이션즈본부장을 지난 7월 새 대표로 선임했다.

사모펀드 IMM PE는 2021년 말 롯데쇼핑과 손잡고 한샘을 인수했다. 현재 IMM PE는 한샘 지분의 35.4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한샘의 부진은 IMM PE뿐만 아니라 롯데쇼핑에도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새롭게 선임된 김유진 대표는 1981년생 여성 구조조정 전문가로 IMM PE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그는 IMM PE가 인수한 화장품 제조·유통사의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맡아 흑자 전환을 이끌었고 할리스커피의 운영사인 할리스F&B 대표이사를 맡아 기업 가치를 높였다.

다만 김 대표는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과거 이력에서 대대적으로 인력을 줄여온 경험이 있다. 취임 당시 한샘에서도 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김 대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며 임직원 수 유지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현재 김 대표는 구조조정보다는 공급망 혁신을 통한 원가율 개선,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매출액 대비 22%가 넘는 판매관리비 비중을 낮췄다. 이러한 효율성 개선으로 한샘이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샘 관계자는 "전사 매출 중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며 매출구성비가 조정됐고 분기 원가율도 낮아졌다”며 “구조조정 없이 경영 효율화만으로 적자를 흑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 없이 한샘이 효율성 개선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으나 불안감은 남아 있다. 오프라인 전시장 등 자산 유동화와 고배당 정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 김유진 대표
한샘 김유진 대표

한샘은 1997년 문을 연 전국 1호 대형 전시장인 ‘한샘디자인파크 방배점’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가는 300억원~4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방배동 사옥 매각도 추진됐으나 지분 문제로 불발됐다. 동시에 상암동 사옥까지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샘은 최근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는 대신 오프라인 매장은 자산 유동화를 위해 이용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샘 측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자산 유동화를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샘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사회를 열고 3분기 배당으로 1주당 3000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로 했다. 시가배당률은 5.2%이다.

다만 한샘이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배당 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3분기 배당 총액은 모두 498억원으로, 이 기간 영업이익 49억원과 비교해 이익의 10배다.

또 2분기 배당금도 249억원으로 당시 영업이익 12억원에 비해 배당 규모가 크다는 평가다. 한샘은 올해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281억원을 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샘이 고배당 기조를 이어간다면 회사의 기초체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샘이 IMM PE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배당 기조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한샘 인수 금액 1조 4500억원 가운데 IMM PE는 7500억원을 투자했다. 거금을 투자한 만큼 투자금 회수도 시급하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고배당이 이뤄졌다면 주주와 회사 양측에 모두에게 이득이지만 현재 가구업계는 하락세를 띠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배당을 이어가는 상황은 실적에 대한 경영진의 강한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도 하반기부터 회복하는 모습”이라면서도 “흑자전환이 된 지 얼마 안됐으나 막대한 주주 환원 정책에 나서는 상황이 다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지난 2분기부터 시작된 고배당 정책에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할 정도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8월 보고서에서 “한샘의 막대한 배당은 이례적”이라며 “연간 순이익은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샘은 이미 약속한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시행한다는 목표다. 인수 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최소 연간 배당성향을 50%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수익성 개선으로 인한 현금창출능력과 비효율 자산 매각 등을 기반으로 보유 현금을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수지 개선과 자산 효율화로 잉여현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보금(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43억원에서 올해 9월 말 971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부동산 주택매매거래량 회복세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회사의 전략 방향에 따라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며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믿고 성원한 투자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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