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스시즌 부진·라이브시티 공사 중단 타격
ENM, 실적부진 행진에 미래먹거리 매각 거듭

CJ라이브시티 조감도. 연합뉴스
CJ라이브시티 조감도. 연합뉴스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 ENM이 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CJ ENM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콘텐츠 업종이 주목받으며 고공성장을 거듭했으나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Fifth Season)의 부진과 복합문화시설 CJ라이브시티의 공사 중단 등으로 현금유동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4억원으로 전년 동기(2023년 3분기) 대비 71% 감소했다. 매출은 1조 1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상반기에 이어진 적자행진을 끊어냈다는 의미가 있으나 여전히 실적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J ENM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영업손실 503억원, 30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CJ ENM의 연이은 실적 부진은 영화 ‘라라랜드’ 제작사인 피프스시즌의 부진과 함께 CJ라이브시티의 공사 중단에 따른 재무 상황 악화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CJ ENM은 2021년 11월 콘텐츠그룹 엔데버홀딩스의 자회사인 엔데버콘텐츠(현 이름 피프스시즌) 인수를 발표했다. 해외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진출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피프스시즌 인수에 약 9300억원이 투자됐으며 이는 CJ ENM의 역대 인수합병(M&A) 중 최대다.

그러나 피프스시즌의 성과는 기대보다 저조했다. 피프스시즌은 2022년 4분기를 제외하고 모든 분기에서 순손실을 냈다. 올 상반기에도 936억원의 적자를 내며 CJ ENM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피프스시즌의 부진은 할리우드 파업의 영향이 컸다. 미국 작가협회(WGA) 내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대형 제작사들이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재생하는 콘텐츠에 대한 수익금을 작가와 배우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 5월부터 파업에 나섰다.

피프스시즌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제작 일정이 밀리면서 지난해에도 실적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고, 올해에도 파업의 영향으로 작품 제작이 줄줄이 지연됐다. CJ ENM은 피프스시즌이 올해 24~28편의 작품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파업 여파로 상반기에 3편을 제작하는 데 그쳤다.

CJ ENM 뿐만 아니라 CJ그룹 차원에서도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CJ라이브시티 건설이 중단된 것도 치명적이다. CJ라이브시티는 CJ ENM이 2015년 국내 최대 음악전문 공연장 아레나를 포함해 음악·드라마·영화·예능 등을 조성하는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설립 예정인 CJ라이브시티는 2021년 10월 착공에 들어갔으나, 지난 4월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공사비에 포함된 원자재와 인건비가 상승하고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공사가 중단되기 전인 3월 말 기준 CJ라이브시티의 공정률은 17%에 불과했다.

CJ라이브시티는 그간 총 2750억원 규모의 장기 CP(기업어음)를 발행하며 공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1조 2000억원 규모였던 CJ라이브시티 총 사업비가 1조 8000억으로 불어나면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도 어려워졌다. 사업계획이 3차례 변경됐고 경기도의 인허가 승인 등 행정절차를 거치는데 소요된 기간만도 50개월이 걸렸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마저 쉽지 않다. 때문에 CJ라이브시티 등 사업자들은 당초 2020년 12월인 완공기한을 더 늘리고 부지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을 최대한 원활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 완공이 늦어지는 이유가 CJ에 있다고 보고 완공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완공기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에 지체보상금 등을 받지 않고 오히려 기한을 늘려준다면 특혜나 배임이 될 수 있어 도 입장에서도 다소 난처한 상황이다.

만약 CJ라이브시티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2026년에나 완공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CJ라이브시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한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도 좋은 소식은 아니다. 모기업인 CJ ENM도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CJ라이브시티에 대한 투자와 차입은 늘어나고 있다.

CJ ENM은 피프스시즌 인수자금과 CJ라이브시티에 대한 차입금 증가의 영향으로 2021년 말 부채총액이 3조 737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 2333억원으로 67%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88.91%에서 151.26%로 62.35%포인트(p) 늘었다.

이처럼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 CJ ENM은 최근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콘텐츠 플랫폼 디플롯(D.PLOT)을 CJ올리브영에 매각했다. 최근에는 하이브와 합작해 설립한 연예 기획사 빌리프랩을 하이브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한류 확산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CJ ENM의 미등기 임원직을 맡고 있으나 과거 M&A 등 회사의 굵직한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만큼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잇따른 매각이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결국 CJ ENM이 실적 반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피프스 시즌의 정상화와 함께 CJ라이브시티 자금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실적보다도 유동성 확보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CJ ENM은 피프스시즌 인수 이후 미디어콘텐츠 관련 유무형자산 투자부담이 확대돼 이전보다 영업수익성 하방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재무적 여력이 축소된 점을 감안할 때 CJ라이브시티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소요가 이어진다면 회사의 재무 안정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CJ ENM의 실적은 예상치를 지속 하회하고 있으며 하반기 피프스시즌의 편성도 불확실하다”며 “영업적으로는 광고의 회복, 티빙의 적자 축소, 미국의 편성 재개 등이 나타나야 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CJ ENM 관계자는 “피프스 시즌은 적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미국서 파업 종료 이후 빠르게 비즈니스가 본격화됐다. 피프스시즌과 티빙 등 신성장 사업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고 음악 부문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 유동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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