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불참 가능성↑.. 하림·동원 2파전 유력
자금조달 문제 지속.. 유찰 가능성도 제기

HMM의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HMM 제공

 

유일한 국적 원양선사인 HMM의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하림과 동원, LX그룹 등이 인수전에 참가했지만 22일 업계 안팎에서는 LX의 불참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산업은행 23일 HMM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입찰적격후보자로 선정된 하림, 동원, LX그룹 모두 실사를 마친 상태다.

매각가는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HMM 보통주 3억9879만156주(지분율 57.9%)에 주가를 곱해 최소 6조 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거래대금이 7조~8조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한때 6조원대까지 떨어졌던 HMM의 시가총액은 최근 10조원 이상으로 오른 상태다. 산은과 해진공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행사하면서 새로 발행된 주식 2억주가 지난 10일 상장돼 시가총액이 3조원 넘게 늘어났다.

입찰 참여 기업들의 자금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들 중 가장 자금력이 앞섰던 LX그룹은 불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해운업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LX그룹의 비공식 태스크포스(TF)에서 HMM 인수 작업을 주도했던 직원이 최근 인사에서 해외 근무를 발령받아 다음달초 현지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림과 동원의 2파전이 유력한데 두 기업 모두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최소 입찰가를 맞출 수 있어 누가 과연 목표했던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가 인수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물론 두 회사 모두 자금 조달과 관련한 '큰그림'은 내놓은 상태다.

먼저 하림그룹은 현금성 자산 7000억원에 컨소시엄을 함께 꾸린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서 7500억원을 마련해오기로 했다. 또 1조원은 팬오션 선박 자산 유동화와 각 계열사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다. 5000억원은 팬오션 영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이미 영구채 매입 '백기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금융권에서 3조 5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 6조5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 운송사로 2015년 6월 하림그룹에 편입됐다. 하림이 이번에 HMM을 품으면 벌크선부터 컨테이너선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인 물류 전문기업 동원로엑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를 단행해 동원로엑스의 시가총액을 1조원 이상으로 확대시키고, 자산 유동화를 통해 3조원 이상 자금을 자체 조달할 방침이다. 여기에 지주사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동원그룹은 하림그룹과 비교해 알려진 자금 조달 계획 규모가 비교적 작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충분히 실행할 계획들이 있다"며 "현재로서 확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2파전 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유찰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금리가 심화되는 가운데 예비 입찰자들이 최소 3조원 이상의 자금을 외부에서 사모펀드나 금융권 차입 등으로 조달하면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지적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그룹은 팬오션이 HMM 인수 과정에서 그룹 내 유일한 해운회사로 주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수 과정에서 유동성 확충이 필요하며 팬오션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림, 동원은 HMM 인수에 진심이다.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실행하고 있다"면서도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찰 가능성도 지켜봐야 한다. 인수전 전개에 따라 주가 변동도 클 것"이라고 짚었다.

인수가 이뤄져도 '경쟁력 약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날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육상노조)와 HMM해원연합노조(선원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궐기대회'를 열어 HMM 매각 반대에 나섰다. 

집회에서 이기호 육상노조지부장은 예비입찰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점을 짚으며 "졸속 매각은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지부장은 "(이번 집회는)유찰 시키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며 "예비 입찰 참여 기업들이 동원할 수 있는 인수자금이 최대 1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30일 평균치의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은 7조원이 넘는 수준"이라며 "만약 산업은행이 본입찰에서 7조원 이하의 예정가격(예가)을 책정한다면 배임에 해당하는 만큼 감사청구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앞서 산은이 예비후보에서 독일 선사인 하팍로이드가 9조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는데도 탈락시켰다는 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도 HMM 매각과 관련해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하며 유찰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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