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으로 그룹 포트폴리오 확대·강화…계열 CEO 등 인사 단행
외부적으로 상생경영 확대…주주환원 강화 기대 부응

21일 KB금융 제7대 회장에 공식 취임한 양종희 회장. KB금융 제공.
21일 KB금융 제7대 회장에 공식 취임한 양종희 회장. KB금융 제공.

KB금융 신임 양종희 회장이 21일 취임식을 열며 첫 출근을 했습니다. 스타 CEO였던 윤종규 회장이 KB를 1등 금융지주로 키워낸 만큼 바톤을 이어받은 양 회장에 거는 안팎의 기대가 큽니다. 안으로는 모양새를 갖춘 그룹 포트폴리오의 확대 및 강화, 자회사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사 단행이 필요합니다. 밖으로는 정부 당국과 정치권, 그리고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상생경영, 주주 관점에서는 주주환원 확대 등 숙제가 많습니다.

21일 오전 양종희 회장은 회사의 상징색인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제7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공식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취임사에서 양 회장은 KB의 역할과 주어진 소명을 말하며 고객, 주주, 임직원을 차례로 언급했습니다.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양 회장이 이날 제시한 4가지 경영방향을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실천과제에 대한 인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4가지는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입니다.

맨 처음 언급된 것이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입니다.

양 회장은 공식 출근 하루 전인 20일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자격으로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참석하는 상생경영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최근 야당이 발의한 ‘횡재세’의 압박 속에서 법으로 강제하기 전에 스스로 자구안을 내라는 당국의 독려 속에 만들어진 자리에 참석한 것이 공식 첫 행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안의 골격에 맞춰보면 올해 금융지주들에게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금 규모가 1조9000억원 수준입니다.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상생안을 내야하는 업계의 맏형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정하는 것이 양 회장의 첫번째 숙제입니다.

두 번째로 언급한 것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입니다. 이는 KB금융의 각 계열사들이 영위하는 본질적인 서비스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KB금융은 현재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 카드, 손해보험, 생명보험 등 주력 자회사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위시한 해외진출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증자를 마친 인도네이사 부코핀은행의 본격적인 성장도 양 회장의 숙제 중 하나입니다. 올해 출범함 KB라이프생명은 실적이 긍정적으로 늘고 있지만 새로 발족한 노조와 사측 사이에 잡음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물리적 통합 이외에 정서적인 사후통합(PMI) 작업이 더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부회장시절 챙겨왔던 디지털부문에서도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한 슈퍼앱 전략 강화, 마이데이터사업과 연계한 초개인화 금융, 해외결제 페이사업 등 디지털전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를 이끌 수장과 임직원들에 대한 적재적소의 배치와 중용이 뒤따라야 합니다. 모두다 열심히 일해왔기에 누구에게 더 큰 기회를 주고 누구를 물릴지 정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과정일 것입니다.

세 번째로 언급한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도 숙제입니다.

현재 금융회사 직원이라는 것은 자랑스러움도 있겠지만 자칫 경제위기 현실화 속에 탐욕의 상징으로 호도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잦은 금융사고와 높은 연봉이 부각돼 부도덕한 집단처럼 비춰지기 쉽습니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비전제시’와 ‘문제해결능력’입니다.

회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선장이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제시하지 못하면 그 배는 좌초하게 돼 있습니다. 또 허황된 목표를 제시하거나 본인은 뒤에 숨은 채 “돌격 앞으로”라고 외치기만 하면 명령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자신이 솔선수범해 “나를 따르라”고 말하며 적진을 뚫고 나갈 때 병사들의 사기가 충천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금융의 핵심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리스크관리 능력 발휘와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높은 도덕성의 회복이 양 회장의 또 다른 숙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길 꺼려하는 부분이지만, 금융은 공공재이기에 앞서 주주가 있는 회사입니다. 주주우선경영이 꼭 ‘금과옥조’는 아닐지라도 주주가 소외된 주식회사란 지속가능하기 어렵습니다. 안타깝게도 주요 금융지주는 IMF구제금융 시기를 겪으며 주요 주주가 외국인으로 바뀐 상황입니다. 이런 구조적 요소가 주주환원 강화에 있어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하지만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가 주주와 했던 약속들을 저버리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 하락을 방기하는 일입니다. KB의 경우 1등 금융지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전임 윤종규 회장이 주주가치제고를 지속적으로 천명하며 신뢰를 쌓아온 역사가 있습니다.

상생경영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는 일견 양립하기 어려운 숙제로 보입니다. KB금융이 주주환원 확대나 주주가치 제고라는 표현 대신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이라는 다소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한 부분에서 그 고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임 윤종규 회장은 지난 추석을 앞두고 KB금융에서의 시간을 회고하며 ‘1등 금융지주로 만든 것’에 대한 뿌듯함과 동시에 국내 1위인 KB가 ‘글로벌 순위에선 60위권에 머무르는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꿈꿨던 윤 회장의 꿈을 양 회장이 이어갈 수 있을지, 그가 제시한 4가지 경영목표가 실천되는 과정을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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