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혼소송 중 주식분할 다툼..SK㈜ 42% 행방 관건
LG, 세 모녀 경영참여 뜻..구 회장 지분 감소 여부 주목

SK 서린빌딩(왼쪽)과 LG 트윈타워. 각 사 제공
SK 서린빌딩(왼쪽)과 LG 트윈타워. 각 사 제공

기업들이 올해 막판 실적 관리와 내년 임원인사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굴지의 대기업인 SK와 LG는 오너 리스크(위험)가 커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칫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순위 2, 4위인 SK그룹과 LG그룹은 올해 그룹 총수가 '가사소송'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소송이지만 공통점은 경영권 관련 주식의 향배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심은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고 최 회장이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에 따른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양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다.

이후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첫 변론기일에서 노 관장은 "30여 년 간의 결혼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려 참담하다. 가정을 깬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에 대한 강한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최 회장도 12일 소송 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재산분할 재판에서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입장을 언론에 이야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당황스럽다"며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완전히 파탄이 나 있었다"고 반박했다.

당초 불륜으로 인한 개인사로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던 이번 이혼소송에 SK그룹이 긴장하는 이유는 노 관장이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의 상당 부분을 요구하고 있어 재산분할 재판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최 회장에게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한 분할이 아닌, 최 회장이 보유중인 SK㈜ 주식 중 42.29%(650만주)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SK㈜는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기에 경영권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간 소송이 진행되자 두 사람이 낳은 1남 2녀가 노 관장의 편에 서고,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의 활동이 주목되면서 이번 소송이 그룹의 미래 경영권을 두고 일어나는 다툼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최 회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해외 출장이 잦은 가운데 소송까지 휘말리면서 부담이 큰 상황이다.

LG그룹 역시 경영권 분쟁에 불씨가 붙은 모습이다. 지난 3월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 회장 측은 "합의에 따라 4년 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는 입장이지만 LG그룹 내 장자승계원칙과 상속재산 분할합의서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세 모녀가 경영 참여를 원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본래 세 모녀는 이번 소송이 경영참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그간 경영 활동이 없었던 세 모녀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기존 합의를 깨고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고 소송을 낸 정황이 드러났다.

녹취록에서 김 여사는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주간담회에 낄 수 없다"며 "경영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구연경 대표 역시 "아빠(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속 합의를 번복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만약 세 모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올해 9월 기준 15.95%인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9.7%에 그쳐 세 모녀의 지분율 합(14.09%)보다 낮아지게 돼 경영권의 위협을 받는다. LG그룹 측은 상속재산 분할을 빌미로 경영권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재계 안팎에서는 SK와 LG의 소송 쟁점에 경영권과 밀접한 주식 문제가 대두된만큼 향후 두 기업 총수들의 경영 활동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내년 사업 계획을 치열하게 구상해야 하는 시점에 최 회장과 구 회장으로서는 경영권 지키기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주어진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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