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OCIO·TDF 등 할일 산적…장수 CEO KB 이현승 그룹 AM 역할
ETF 드라이브 한투 배재규 그룹 신임…신한 조재민·김희송 궁합 ‘굿’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자산 조재민 대표, 신한자산 김희송 대표, KB자산 이현승 대표, 한투운용 배재규 대표. 각사 제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신한자산 조재민 대표, 신한자산 김희송 대표, KB자산 이현승 대표, 한투운용 배재규 대표. 각사 제공.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업계가 풍랑을 맞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 속에 리더의 교체 바람이 부는가 하면 안정화를 위해 CEO 유임 카드가 나오기도 한다. 각 금융업권별 당면한 현실과 CEO들의 연임 가능성을 점쳐본다. <편집자 주>

지난 10월 23일 미래에셋그룹이 창립멤버 CEO들을 고문으로 물리며 새로운 인물들을 부회장에 올렸다. 그 중에는 미래에셋의 글로벌 투자와 ETF를 선도한 이준용 부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투자전문그룹의 엔진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ETF가 같는 의미, 해외진출에 대한 그룹의 중요도를 읽을 수 있는 단면이었다.

아직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업계 1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총괄대표 4인 체제를 선언하며 각 부문별 책임경영을 시작했다. 최창훈(대체투자), 이준용(운용), 김영환(혁신/글로벌경영), 이병성(마케팅) 등 4각 편대다.

1위 운용사의 변화에 임기 종료가 다가오는 경쟁사 CEO들의 마음도 분주하다. 연금시장 확대에 따라 TDF관리도 해야하고, 기관 자금을 받기 위해 OCIO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를 잡아야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는 개미들을 잡기 위해 해외 및 섹터 ETF의 진화가 눈물겨운 수준이다. 시장을 지키려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들을 추격하려는 후발주자들 간의 싸움이다.

작년 말 기준 공모ETF시장 순자산 총액은 78조5116억원이다. 하지만 10개월 남짓 지난 11월 6일 기준 순자산 총액은 113조6149억원으로 불어났다. 1년도 안되는 사이 약 44.7%가 성장했다.

주요 8개 운용사(삼성·미래·KB·한투·한화·키움·신한·NH)간 순위경쟁은 숨가쁘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다 보니 1위부터 3위까지 삼성(42.0%→41.6%), 미래에셋(37.7%→36.0%), KB(8.9%→8.1%)의 점유율은 모두 소폭 내려왔다. 다만 이들 3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85.7%다. 15%도 안되는 나머지 시장을 21개 회사가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다.

빅8중 4~8위의 변화는 흥미롭다. 한투(3.9%→4.6%), 한화(1.8%→2.5%), 키움(2.4%→2.4%), 신한(0.9%→2.0%), NH(1.9%→1.6%)까지가 1%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3사가 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난다. 빅8 중 오직 3개사만 점유율이 늘어난 셈이다.

이 중 2개 회사인 신한 조재민 사장과 김희송(대체투자) 사장의 임기가 12월까지, 한투 배재규 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다가온다. 여기에 KB 이현승 사장 임기도 12월까지다.

신한자산 조재민 사장은 62년생으로, 충암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뉴욕대 MBA를 마치고 씨티은행 자금부를 시작으로 홍콩 등지에서 외국계 은행 코리아 데스크와 채권운용 책임자로 일했다. 이후 마이다스에셋을 성공시킨 경력을 바탕으로 KB자산운용에서만 4년씩 두번 총 8년간 대표를 지내는가 하면 KTB자산운용(현 다올 자산운용)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KB자산운용 CEO를 마치고 고문으로 있던 조 대표를 자산운용부문의 보강이 절실했던 신한금융그룹에서 2022년 1월부터 파격 기용한다. 경쟁사에서의 이동이라는 점, 때마침 윤 대통령과 고등학교가 겹친다는 이유 등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지난 2년간 신한BNP파리바에서 신한자산운용으로 그룹의 100% 자회사가 된 신한자산운용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대표가 이러한 성과를 내는 데에는 대체투자부문 각자대표를 맡아 짐을 덜어주는 김희송 대표와의 호흡이 한몫 한다.

66년생인 김 대표는 제주 오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신한라이프 합병 전의 신한생명에서 투자금융부장을 지내며 런던비즈니스스쿨도 졸업했다. 투융자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 상무를 거쳐 당시 어려움을 겪던 신한PE를 신한대체투자운용으로 변신시킨 이력이 있다. 작년 1월 신한자산운용과 합병해 전통자산과 대체투자(AI)에 모두 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조 대표와 협업 중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조대표와 김대표의 호흡이 나쁘지 않고 조직이 턴어라운드(반등)하는 국면이라는 측면에서 성과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상황”이라며, “두 CEO가 업계의 세대교체 바람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현재 조직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연말에 임기가 끝나는 KB자산운용 이현승 대표는 66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유학을 하버드행정대학원에서 하는 등 엘리트코스를 걸었다. 재경부에서 일하다 컨설팅업계로 진출하며 민간으로 나온 이후 메릴린치와 GE코리아를 거쳐 SK증권 사장을 6년간 지냈다.

KB와는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를 지내던 2015년 사외이사로 인연을 맺어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18년부터 약 3년간 같은과 선배였던 조재민 사장과 공동대표를 지냈던 인연이 있다.

이 대표는 작년 말 그룹내 신설된 AM부문장을 겸직하면서 그룹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를 책임지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KB자산운용 단독 대표를 맡으면서 LDI(부채연계투자) 부문을 크게 키운 것도 성과다. LDI본부를 부문으로 격상시키고 계열 KB손해보험과 KB생명의 자산을 이관받아 그룹 수익에 기여하면서, 회사도 수익의 안정화를 이뤘다는 그룹 내 평가가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KB는 한 계열사 대표를 장수CEO로 두지 않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다”며, “조재민 대표가 KB자산운용을 미래, 삼성과 함께 3강에 올려놨음에도 4년씩 두번 일한 후 자리를 내놨다”고 말했다. 이어 “능력을 떠나 세대교체 인사라는 명분, 특히 양종희 회장으로 체제가 바뀐 상황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요 금융그룹들이 대체투자 강화 기조 속에 부동산 부문에서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이 대표가 리스크관리에 성공하며 부실을 최소화한 부분은 그룹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배재규 사장도 평가의 대상이다.

‘ETF의 아버지’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한국 ETF시장의 산 증인이기도 한 배 대표는 ETF시장 진출에 한발 뒤늦은 한투가 과거의 운용 명가로 되돌아가기 위한 장수로 선택된 인물이다.

61년생인 배 대표는 서울 보성고과 연세대 경제학과를 마치고 한국종합금융 증권신탁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SK증권 국제영업부 자산운용팀장을 거쳐 2000년 삼성투자신탁운용으로 옮긴 후 2002년 인덱스운용본부 부장을 맡으며 ETF를 우리나라에 도입한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까지 삼성자산운용을 부동의 국내 ETF 1위 사업자로 만들었지만 대표이사의 꿈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한투운용에서 이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배 대표는 모두가 액티브운용에 열광할 때 국내에 제도조차 없었던 시장을 당국을 설득해 만든 장본인”이라며, “한투운용으로 옮긴 이후 자신과 손발을 맞춰온 후배들로 진용을 짜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이익을 숫자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 2년 가까운 시간동안 투자해온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는 상황이고, 한국투자그룹 또한 한번 믿음을 주면 오래 지켜보는 스타일이라 연임에 대한 의심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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