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LG 시작으로 삼성·SK·현대차 순 진행
인적쇄신 준비·내년 사업 전략 중심 추진 예상

국내 4대 그룹이 안정을 추구하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쇄신에 기반한 연말 임원인사를 진행해 내년을 대비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된데다 하반기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간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까지 커져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4대 그룹은 최근 경영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예년보다 빠른 연말 임원인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아 소성공장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충북 청주 LG화학 양극재 공장을 찾아 소성공장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통상적으로 4대 그룹 중 먼저 인사에 나서는 곳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인사 6년차를 맞아 핵심 사업 중심으로 조직 정비 규모를 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먼저 지난달 말부터 구 회장의 주재로 전 계열사 경영실적과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사업보고회를 연데 따라, 이달까지 한 해의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 계획을 논의하면서 인사를 결정할 전망이다.

올해 LG그룹은 대체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가전사업 등이 수요 부진으로 다소 타격을 입었지만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사업이 올해 큰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장과 배터리를 중심으로 조직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사내이사 31명의 거취 여부를 이번 임원 인사에서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권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취임 2주년에 접어들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가전 등 실적 부진을 겪는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분위기 쇄신을 위한 고강도 인사 조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오른쪽)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오른쪽)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특히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반도체솔루션)부문장(사장)의 거취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의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였던 지난해 두 부문장의 '투톱(2 top) 체제'가 유지됐었는데, 2년차에도 유지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2조원에 달하는 데다 TV·생활가전 사업도 부진을 겪고 있는 탓에 삼성 안팎에서는 조직에 혁신을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초격차 기술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 사업부문 수장의 임기는 1~2년 남아있는 상황이다. 경계현 DS부문장(사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 박학규 CFO(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의 임기는 모두 2025년 3월까지,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은 2026년 3월까지다.

이 중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주요 사업에서 휘청였던 삼성전자를 MX사업부가 신제품 판매 호조를 통해 뒷받침해줬고 폴더블폰 흥행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SK그룹은 통상적으로 12월 초 진행하던 인사 시기를 이달 말로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를 재차 강조하며 경영환경의 위기를 지적한데 따라 빠른 경영 쇄신을 위해 인사를 조기에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인사를 앞두고 CEO(최고경영자)와 주요 임원에 대한 경영평가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주요 먹거리로 낙점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사업에 대한 점검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올해는 안정성보다는 변화와 쇄신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큰 적자를 냈던 SK하이닉스와 흑자전환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SK온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사장의 임기가 내년 상반기 종료되기 때문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SK온도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어 내년에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큰 관심사다.

또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그룹의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선임 이후 2년의 임기의 의장 자리를 4연임 중인 조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등 부회장 등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기존 자리를 지킬지 혹은 새로운 승진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 공장 기공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차 공장 기공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상승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 구성에 한창이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4년차에 접어드는데 따라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분야의 인사나 조직 개편이 활발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방산 분야에서 성과가 컸던 현대로템에서 9명의 승진 및 신규 임원 등용이 이뤄졌던 점을 볼때 올해는 그룹의 호실적을 이끈 현대차와 기아에서 '논공행상(論功行賞)' 임원인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 장재훈·이동석 대표이사, 기아 최준영 대표이사 등이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어떤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이사는 "주요 그룹의 핵심 경영진 인사는 미래비전과 리더십 등 다각도로 분석해 최종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이들의 인사는 오너 경영자를 비롯해 그룹 내에서도 극소수 인원만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기 때문에 2024년 인사에서 어떤 특징을 가진 인물이 전진 배치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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