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체 속속 전략 수정
배터리3사, 기술 개발·재고 부담 최소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도 기술력 개발과 재고 부담 최소화 등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도 기술력 개발과 재고 부담 최소화 등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국내 배터리3사는 오히려 이때를 기회를 삼고 기술력 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재고 부담 최소화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투자를 축소하면서 전동화 계획을 수정하고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합작공장 가동 시점을 늦추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포드는 지난달 26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120억 달러(16조원) 규모의 관련 투자를 연기하고 올해 연간 60만대 전기차 생산 계획도 내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는데, SK온과 추진 중인 미국 켄터키주 전기차 배터리 2공장도 투자 연기 대상으로 포함됐다.

제너럴모터스(GM)도 테슬라를 제치고 북미 전기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중반부터 추진하던 전기차 40만대 생산 계획(2022~2024년)을 폐기했다. 미국 미시간주 공장 전기 픽업트럭 생산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미국 테네시 합작공장 가동 시기를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미뤘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2026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신규 공장 설립을 백지화하고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를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그룹의 전동화 계획 수정 등을 고려해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완성차 기업의 전동화 계획 수정은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 일찍 둔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 지역의 친환경 정책 지연과 미국의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전기차 대중화가 더뎌지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오히려 이때를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현지 거점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면서 사업 운영이 빠듯했는데 이를 조절하면서 기술력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저가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을 기존 목표인 2026년보다 앞당기기로 했으며, 삼성SDI는 2026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를 먼저 양산한 이후 전기차용 LFP를 준비할 예정이다. 두 회사 보다 LFP배터리 시제품을 먼저 공개한 SK온도 비슷한 시기에 양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 1일 '2023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해 "오히려 잘됐다"며 "우리가 급히 성장하다보니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지는 해가 되면 K-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같은 행사에서 지동섭 SK온 사장도 "고금리 상황에 전기차를 리스로 구매하는 수요가 줄면서 내년 하반기까지는 전기차 수요 둔화 출렁임이 있을 것 같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은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오히려 숨을 고르면서 필요한 준비를 더 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전기차 수요 부진에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말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 지속되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 정책 변화하는 등 전기차 성장 둔화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주요 조사기관을 포함해 확인한 결과는 중장기 성장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외 공장 신·증설 속도조절을 하는 동시에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제품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니다. 현재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먼저 양으로 시장을 장악한 중국업체들을 제칠 수 있는 강점으로는 삼원계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 꼽히는데, 이 중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력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아울러 각 공장 가동률을 최적화해 생산량을 일부 조정하고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시장 수요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배터리3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이번 3분기 실적도 잘 방어했다.

SK온은 3분기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했다. 기대했던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2분기와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각각 2554억원, 454억 원 축소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매출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40.1%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8.7% 늘어난 분기 최대치다. 

삼성SDI는 3분기 영업이익이 4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지만 자동차 전지 판매 호조로 매출은 같은 기간 10.8% 늘어난 5조9481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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