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상승세.. 반등 기대감 커져
"수요회복 살피며 재고 관리 나서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각 사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각 사 제공

 

D램 가격이 오르고 재고 소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반도체 업황이 최악을 지나 반등에 돌입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흐름에 탑승하면서도 본격적인 실적 방어와 위기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업황 회복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WSJ는 반도체산업 컨설팅 업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트래티지스를 인용해 내년 전세계 반도체 매출이 11% 이상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D램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DDR4 8Gb)과 낸드플래시(128Gb) 범용제품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1.50달러, 3.88달러를 기록했다. D램은 전월 대비 15.38%, 낸드플래시는 1.59% 올랐다.

이 같은 전망대로 D램의 주 수요 시장인 PC, 모바일, 서버 등 IT 시장이 되살아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D램 반등을 통한 변화가 감지됐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판매가 2개 분기만에 흑자 전환하면서 적자를 1조원대로 줄였다. 삼성전자도 6000억원 가량 손실폭이 감소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도 고부가 D램 판매 확대에 따른 이익 개선이 가파를 전망"이라며 "특히 9월부터 시작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추세를 이어가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낸드플래시 부문 회복세는 더딘 편이지만 D램이 반등을 보이면서 차츰 전반적으로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양사는 먼저 D램 수요 증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재고 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나간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모습.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HBM과 DDR5, LP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정조준한다. D램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하고 HBM과 TSV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TSV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로, 데이터 전송 속도와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역시 앞서 상반기 23조2000억원을 바도체 시설 및 R&D(연구개발)에 투자한데 이어 남은 하반기에도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특히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패키징 거점인 천안·온양 공장을 비롯해 주요 후공정 생산라인에 신규 설비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열린 올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공급 역량은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며 "해당 제품(HBM) 위주로 업황 개선이 조기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반등 아후 호황 사이클을 기대하기에 앞서 양사 모두 재고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감산에 들어간 결과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완만한 재고 개선 추세에 접어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고객사 재고 소진은 더딘 편이기 때문이다. 향후 수요를 기민하게 살펴야 하는 시점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과 관련해 "조금 나아진 부분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감산효과 덕분이지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감산 노력과 PC, 모바일의 수요 반등으로 메모리 전반의 수급이 개선 중이지만, 수요가 아닌 공급제한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AI 우선 투자로 급격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인 회복이 가능한 만큼 수요 회복의 가시성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감산 원복은 재고 수준과 시장 상황에 맞춰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낸드플래시의 업계 재고 수준이 높아 보수적 생산 기조는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이른 시일 안에 재고 정상화를 위해 선별적으로 생산량 조정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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