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누적 기술수출 3조.. 전년 대비 절반 수준
빅파마 보수적 투자 지속.. "단기적 지원 절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꺾여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꺾여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 글로벌 빅파마(해외 대형제약사) 보수적인 투자로 돌아서 올해 국내 업계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친 실정이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은 총 13건, 24억 2750만달러(3조 2850억원) 규모다. 여기에는 상대방의 요청 등에 따른 비공개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16건, 금액은 약 6조 3000억원 달했으나 올해는 금액면에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국내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협회에 따르면2017년 1조 4000억원에서 2018년 5조 2000억원, 2019년 8조 4000억원, 2020년 11조 595억원, 2021년 14조 51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꺾였는데 코로나19 엔데믹과 고금리 기조 속에서 자금난과 경기침체를 우려한 글로벌 빅파마가 투자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분기에만 8건의 계약이 체결돼 제약바이오 업종의 대규모 기술 수출이 기대됐다. 그러나 그후 지금까지 체결된 계약은 5건에 그쳤고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기술수출 사례 중에서는 지난 3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체결한 8억 6100만달러 계약이 가장 규모다. 나머지는 모두 5억달러 미만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수출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까지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막상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글로벌 판매망 미비 등으로 투자금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낮아 기술 수출을 통해 그 위험성을 낮추는 것이다.

실제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3상 비용은 임상 2상의 10배에 달하고 평균 1000억원 이상 소요된다. 국내 업체들중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진행할만한 자금력을 가진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작다. 따라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고, 5% 안팎에서 선지급받는 계약금으로 연구개발(R&D) 재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해 계약금을 반환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술 수출로 확보된 자금은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직접 신약개발을 하기 어려운 환경도 기술수출의 필요성을 키웠다. 국내 업체들이 제약바이오 주요 국가인 미국과 유럽 내에서 임상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법인을 직접 운영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어 임상을 벌여야만 한다. 하지만 해외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임상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현지 규제를 피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개발한 기술을 수출·이전해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을 자주 택하고 있다. 다만 투자 부족으로 기술 개발이 멈춘다면 업계가 발전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협회를 비롯한 업계는 부족한 민간 투자 대신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지원 정책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신약개발을 위한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상반기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뒤 2025년까지 1조원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그렇지만 'K-바이오백신 펀드' 계획이 발표된지 1년이 지났으나 펀드 조성은 물론 출범 자체도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펀드 조성에 나서야만 기술 수출 반등을 노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업계의 목소리에 맞춰 바이오 의약품 신규 수출동력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적극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동아에스티 송도 연구개발 센터를 방문해 업계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신약 개발 임상지원, 해외 파트너 발굴 네트워크 구축 지원 현장 애로와 해소방안을 논의하며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세액공제 확대, 바이오공정 전문 인력 양성 등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산자부와 장기적인 지원 정책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업체들이 체감할 있는 정책을 제안했다"며 "민 투자자의 참여가 쉽지 않다면 해외처럼 정부의 참여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현재 임상 1상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얻어내더라도 2상과 3상에 투자되는 자금이 부담스러워 연구개발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말했다.

이렇듯 정부의 펀드 조성을 통한 투자가 기반된다면 제약바이오 업계의 어려움도 다소 해소될 있다는 증권가의 전망도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는 금리와 같은 대외 환경에 이슈가 묻히고 있다"며 "불확실한 대외 여건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바이오텍과 빅파마와의 대규모 기술거래도 부재했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실적 향상 모멘텀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 긍정적인 임상데이터 등이 필요하다"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