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양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신임 대표. 이마트 제공
한채양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신임 대표. 이마트 제공

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의 구원투수로 한채양(58) 신임 대표가 부임한지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한 대표가 이마트를 비롯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까지 맡아 '하반기 실적 반등'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할지 주목된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연결기준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한 811억원, 순매출액은 1.7% 증가한 7조 8393억원으로 전망됐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실적 부진에 대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하락으로 제수용품과 식품 관련 소비가 둔화했고 주요 자회사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익성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증가 등으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4분기에도 이마트의 실적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남 연구원은 "지난해 할인점 기저가 높고 고정비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권 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으로 경상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의 부진은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총매출액 8조 489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46% 감소한 수치로, 2019년 이후 4년만에 상반기 매출이 역신장했다. 이마트의 상반기 실적 역신장의 주요 이유로는 공휴일 감소와 가양점, 성수점 폐점 등이 꼽힌다.

이렇듯 위기에 빠진 이마트를 새롭게 이끌게 된 한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그는 외부 컨설턴트 출신인 강희석 전 대표의 후임으로 지난 9월 이마트 3사(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강 대표 체제에서 지마켓(옛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역량을 향상해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앞당겼다. 그러나 지마켓 인수에 투입된 3조 5591억원이 매출로 전환되지 못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3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전 체제에서 디지털 전환에 방점이 찍혔다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부임한 한 대표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간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지마켓 인수 등을 지휘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대한 이 회장의 경고성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마트가 신세계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은 절대적이지만 그간 투자 대비 실적이 미미해 이 회장이 '경영복귀'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 부회장이 신임했던 강 대표가 물러나고,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 한 대표가 이마트에 부임했다. 정 부회장이 승인한 임원 인사 명단을 받아 본 이 회장이 이를 반려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제 정 부회장과 한 대표가 발맞춰 실적 반등에 성공해야만 신세계그룹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이마트24 상품전시회 딜리셔스 페스티벌에서 주류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이마트24 상품전시회 딜리셔스 페스티벌에서 주류코너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65년생인 한 대표는 마포고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신세계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전략실에서 기획·경영·관리 업무를 맡았고 이마트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2016년 다시 전략실로 돌아와 재무최고책임자(CFO)를 역임했다.

그룹 안팎에서 '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 대표는 2019년부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맡아 4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조선호텔앤리조트를 지난해 기준 222억원의 연간 흑자로 돌려놨다. 내부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은 한 대표가 이마트의 실적 반등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표가 이마트3사의 사업 전략을 다듬는 가운데 새로운 전략으로 이마트3사 통합이 언급된다. 한 대표가 이마트3사 대표를 맡고 3사의 상품본부장을 황운기 전무(이마트 상품본부장)가 맡는 통합체제로 바뀌면서 3사 통합설에 힘이 실린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3사의 매출 규모가 총 2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통합으로 인한 이익 개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그로서리(잡화) 상품 통합 구매 등을 통한 이마트 3사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진다면 영업이익이 190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마트의 경쟁사인 롯데쇼핑도 통합작업을 통해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롯데슈퍼와 부문통합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롯데쇼핑의 올 2분기 매출총이익률(GPM)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포인트 개선됐다. 이마트 3사가 통합되면 그로서리 상품 통합 구매로 인한 수익성 개선과 함께 비용 감소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통합설 관련 소식이 외부에서 들려오고 있지만 당장 확정된 것은 없다. 3사의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통합 작업이 이뤄진다면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한 대표가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여러 전략의 실행 가능성이 언급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마트3사 통합설과는 별도로 이마트는 매장 재단장(리뉴얼)을 통한 연말 실적 반등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노후 점포를 미래형 점포로 재단장하는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6개점을 재단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8개점 리뉴얼을 진행했다.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와 매출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 대표가 사실상 이달부터 부임한 만큼 당장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며 "한 대표가 주도하는 이마트 실적 반등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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