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국내 정유사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국내 정유사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정제마진이 상승하면서 실적 오름세 기대감이 커졌던 정유업계가 다시 근심에 빠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인한 '이-하 전쟁'이 중동 전역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유가 급등 및 원유수급 차질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S-OIL·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이-하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 및 유가·정제마진 하락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어려움을 겪었다.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의 약세로 부진을 겪은 것이다. 통상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인데 상반기에는 정제마진이 2~3달러에 머물며 제품을 생산해 판매해봤자 손해인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다 하반기부터 국제유가의 완만한 오름세와 여행 수요회복에 따른 휘발유·항공유 등의 판매량이 많아지며 실적 역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최근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이-하 전쟁이 정유업계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면서 밝았던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국내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문제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가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6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수급계획은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대응방식을 바로 바꿔야할 필요는 없어서다. 원유는 국가차원에서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물품으로 약 6개월치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하 전쟁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개입으로 확전·장기화된다면 정유사들에게 달갑지 않은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이란이 전쟁으로 인해 세계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원유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20%가 운송되는 길목이다.

특히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대부분은 중동산으로 파악돼 우려가 더 크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8월간 수입된 원유 6억6000만 배럴 중 중동산 원유는 4억8000만 배럴로, 전체의 72.4%에 달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란과 사우디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참전이 이어진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넘게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란 등 다른 중동국가가 참전한다면 국제 유가가 150달러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정유업계에는 호재이지만 전쟁으로 인해 세계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데다 이는 정제마진 감소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유사에게는 악재로 꼽힌다. 24일 오전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90.08달러로 9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이에 국내 정유4사 등은 모니터링을 종전보다 강화하고 국제 정세를 살피며 조달 계획 변경을 고려하는 중이다.

이들은 중동 쪽으로 오가는 선박의 원활한 수송 동향을 주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통제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확전 여부에 따라 계획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다행히 현재로써 특이사항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울러 수급 불안감에 대량 발주를 넣고 있는 주유소들을 살피며 공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급등 대비에 나선 주유소들로 주문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 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한 탓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이전 러-우 전쟁 때와는 다른 것으로 판단한다"며 "해상 운송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수급 차질이 발생하거나 이에 따른 유가 급등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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