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19일까지 3.4조원 증가…고정금리도 7% 육박
한은총재 “1%대로 다시 내려가지 않아”…부동산 빚투 경고

지난 19일 금통위 이후 간담회에서 고금리에 따른 빚투 위험성을 강조한 이창용 한은총재. 연합뉴스 제공.
지난 19일 금통위 이후 간담회에서 고금리에 따른 빚투 위험성을 강조한 이창용 한은총재. 연합뉴스 제공.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화두인 가운데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의 대출·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대출 차주들의 가계대출 증가가 멈추지 않고 있다. 부동산 ‘빚투’ 등에 대한 경고가 무색한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이다. 한 달 사이 하단이 0.340%p 올라 4%가 됐고, 상단은 7%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연내 8%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채 등 시장 금리는 최근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 시장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50∼7.143%)는 상단과 하단이 각 0.280%p, 0.044%p 높아져 상단은 7%대에 안착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줄이려는 입장을 보이자 은행들은 가산금리ㄹ를 늘리고 우대금리를 중리면서 대출금리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앞서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p 올렸고,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상품군의 금리를 최대 0.3%p 높였다. NH농협은행은 17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3%p 축소했다.

1년 전 은행에 맡겨둔 자금이 최근 만기에 달하는 규모가 100조원에 이르면서 이들 자금을 재유치하고자 하는 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해 정기예금 금리도 최근 4%대로 회복하면서 예금금리 상승이 코픽스를 자극, 대출금리가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금리 상승 및 추가 인상 전망과 상관없이,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7.143%인 A 은행 사례를 살펴보면, 현재 금리는 지난해 12월(7.603%)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말 당시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고금리 여파로 1년 가까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현재 대출 창구 분위기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에서 다시 3조4027억원 늘었다.

관심인 주택담보대출이 2조6814억원(517조8588억원→520조5402억원) 증가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 8871억원 반등했다.

현 추세대로 10월 전체 신용대출이 9월보다 늘어날 경우, 2021년 11월(+3천59억원) 이후 1년 11개월만에 첫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10월 가계대출에 대해 "9월 가계대출 둔화 요인(영업일 감소·상여금 유입 등)이 해소된 데다, 통상 가을 이사 철 효과도 있고 주택거래량이 7월보다 8월에 크게 확대된 부분도 있어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1%대 금리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과 함께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산 뒤 금방 팔아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