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가계부채는 부동산 가격 문제…통화정책 변동 목표 아니야”
PF 시장 구조조정 중…빚투 재차 경고 및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예단 난색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제공.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9일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50%에 금통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동결 결정했다. 지난 1월 3.50%를 기록한 이후 2월부터 총 여섯 번 연속 동결 결정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매파적 기조가 한 풀 죽고, 가계부채 부담은 커 더 이상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거라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기준금리 동결에도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해 경기 침체와 기업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19일 한은 금통위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기화 우려를 표하면서도 기준금리 동결 카드를 다시 집어들었다.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높여야 함에도 이미 심각한 수준의 가계대출 상황에 차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기업들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수출기업에 유리한 환율을 유지하기 위한 복합적인 고려의 결과다. 전일 미국 대표 장기채인 국채10년물 금리가 18일 장중 4.974%까지 치솟으며 미 현지에서도 매파적 기조가 한풀 꺾인 것도 원인이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9%를 넘은 것은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아도 시장금리(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나자 미 연준 내부에서도 추가 인상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다.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중 한명이 금리인상 뿐 아니라 금리인하도 고려해야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주목을 끌었다.

다만 금리 인하 결정의 방아쇠가 될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아직 요원하다는 점은 낙관적인 생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한은의 내년 말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달성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피력하며 지난 8월 예측치보다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늦어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오히려 최근의 상황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여름을 지나며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는가 하면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충돌과 확전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고용지표마저 시장 예상을 뛰어넘게 나오면서 금리 추가 인상론도 여전히 살아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가 전망경로를 이탈할 경우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유다.

미 국채 10년물 기준금리 추이.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9%를 넘어섰다. 미 연방준비위원회.

한편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대한 과도한 우려에 경계감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 자체가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과거 경험은 그렇지 않았고, 금리차 확대 이후 시장의 예상 및 반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조정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가계부채 조정을 위해서는 금리를 크게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계부채 문제는 곧 부동산 문제이고, 정부의 미시적인 정책이 우선이고 금리조정은 그 다음순서”라고 밝혔다.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에 대해 "시장 충격 없이 구조조정 중"이라며 "(과거 대비) 질서 있는 조정 국면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인하 예상에 기댄 부동산 가격 상승과 빚투에 대해선 지난번에 이어 재차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이 총재는 “금리가 다시 1%대로 예전처럼 떨어져서 이게 비용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점은 경고해 드린다"고 빚투의 위험성을 환기시켰다.

이날 금리 동결 결정의 또 다른 원인이 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결과 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남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11월 2일과 12월 14일 두번 남았다. 미국의 움직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확전 여부, 이에 따른 유가 향방과 환율, 우리 기업의 실적과 수출 개선세, 가계대출 확장세 기조 등 향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복합 변수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금리 리스크로 자칫 미국채10년물 금리 5%대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금리가 미국금리 충격 제한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2022년 고점인 10년물 4.5% 내외에서 상단 테스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3.75% 인상을 인정해도 현재 국고채 금리가 오버슈팅(과도) 구간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를 기록하며 2415.80까지 밀렸고, 코스닥지수는 이보다 낙폭을 키워 -3.07%(784.04)를 기록했다. 코스피 상위 20위내 종목 중 상승을 기록한 종목은 시황에 영향을 덜 받는 바이오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0.99%)와 기아(+0.24%) 두 종목 뿐이었다.

통상 금리 상승기 금리 동결이나 인하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경기 둔화 우려와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 수출 회복 가능성 불투명, 전쟁 발발 가능성이 투자자를 주식시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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