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일부.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일부.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가전시장 양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자동차 관련 사업에 눈독을 들이며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완성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하루 차이로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시장 전망치 이상으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했다. 양사 모두 사업부별 세부적인 실적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전장(자동차 전자장치)사업에서 호실적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장사업은 미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동화와 자율주행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자동차도 전자제품처럼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때 전기차 보급율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전장사업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삼성과 LG는 ▲차량용 반도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다양한 전장사업 분야에 힘쓰며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LG가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와 차량용 통신모듈인 텔레매틱스 등 분야에서 앞서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 23.3%로 1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도 22.4% 점유율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2.7%를 차지하는 등 소폭 LG디스플레이가 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양사가 앞다퉈 현대차그룹과 협업에 나서면서 전장사업을 추진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점유율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먼저 삼성은 올해 현대차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V920'을 오는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협력한다고 최근 밝혔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이전 세대 대비 대폭 향상된 성능으로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를 알려주고 고화질의 멀티미디어 재생, 고사양 게임 구동과 같이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지원한다.

이어 삼성전기가 현대차·기아의 1차 협력사로 선정됐다. 삼성전기는 현대차·기아 차량에 SVM(서라운드뷰모니터)용 카메라와 후방 모니터용 카메라 등 2종을 공급할 예정이다. SVM용과 후방 모니터링 카메라는 차량 주변 상황을 영상으로 표시하는 주차 지원 시스템에 적용되는 카메라다. 삼성디스플레이도 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에 디지털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데 이어, 최근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차세대 모델에도 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LG전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이미지. LG전자 제공
LG전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디지털 콕핏 컨셉 이미지. LG전자 제공

 

LG도 활발히 협업을 추진 중이다. LG는 LG디스플레이가 제네시스 2024년형 GV80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 27인치 OLED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가 현대차 계기판에 OLED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LG이노텍은 현대차에 직접 공급하는 것은 아니나 현대모비스에 전장부품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물량 대부분이 현대차로 향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현대차에 공급될 전망이다.

본래 전장용 부품 분야에서는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의 비중이 크지만 현대차그룹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그룹 총수 간 회동도 잦아지는 만큼 삼성과 LG가 전장사업 가속화를 위해 현대차와의 협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장사업이 이제 시작인 만큼 초반부터 다수 계약을 맺으면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어 확실한 파트너사와 협력 관계를 맺으려는 모습"이라며 "현대차는 안정적인 부품 공급을, 삼성과 LG는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 여러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부품 시장은 2024년 4000억 달러(527조원)에서 2028년 7000억 달러(923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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