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협력사 갑질'에 공정위 과징금 앞둬
이 대표 국감 불참도 논란.. 연내 상장 '적신호'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CJ올리브영 제공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CJ올리브영 제공

국내 H&B(헬스앤뷰티)스토어 대표기업인 CJ올리브영이 오프라인 뷰티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상장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이 '협력사 갑질'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으면서 거액의 과징금 부과 위기에 빠졌고, 그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선정(46) 대표가 갑질 영업행태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정치권의 압박 또한 거세 상장을 앞둔 올리브영으로선 진퇴양난 형국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대상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당초 정무위 의원들은 이 대표를 상대로 기술 흡수를 위한 중소벤처 기업 합병 의혹, 거래상 지위 남용 의혹 등 CJ올리브영의 불법 영업행태 의혹 등을 따져물을 계획이었다. 올리브영 측은 여야 간사간 합의에 따라 이 대표를 국감 증인 최종명단에서 제외해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올리브영은 협력사 상대 갑질 행태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최대 6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입수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리브영의 독점적 사업자 지위 남용 행위, 이른바 '갑질' 행태에 대해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심사보고서상 세부평가 기준을 보면 공정위는 CJ올리브영의 위반행위에 대해 3.0점을 매겼다. 공정위는 참작 비중이 50%로 가장 높은 위반행위 내용에 대해서 ‘경쟁사업자 수 감소 또는 잠재적 사업자 신규진입 저지효과가 현저한 수준으로 나타났거나 나타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 3점 만점에 1.5점을 부과했다. 또한 참작 비중이 20%인 부당이득 또는 피해규모 측면에 대해서는 3점 만점에 0.6점을 부과하는 등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른 총 점수를 15점 만점에 3.0점으로 산정했다. 공정위는 해당 점수가 2.2점 이상이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다.

공정위는 또 CJ올리브영이 조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아 1·2차 조정사유도 ‘없음’으로 평가했다.

유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CJ올리브영의 중소 협력업체 상대 '탄원서 압박' 의혹도 제기했다. 유 의원은 한기정 공정위원장에게 "올리브영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중소업체에게 탄원서를 강요했다"며 "갑의 위치에 있는 회사가 을들을 상대로 탄원서 제출을 강요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공정위의 평가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관련 매출액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에 따라 CJ올리브영에 최대 6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공정위의 CJ올리브영 심사보고서. 유의동 의원실 제공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공정위의 CJ올리브영 심사보고서. 유의동 의원실 제공

공정위는 빠르면 이달 안으로 전체회의를 거쳐 CJ올리브영에 대한 처분을 확정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CJ올리브영 측은 "협력업체에 타사 플랫폼 입점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CJ올리브영이 잇단 악재로 흔들리는 가운데 이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1977년생인 이 대표는 올리브영에서만 16년간 근무하며 내부승진으로 지난해 대표에 올랐다. CJ그룹의 최연소 대표이자 올리브영 최초 여성 대표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상품기획과 소싱, 마케팅 전문가로도 잘 알려졌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경쟁사 랄라블라의 사업 철수, 로드숍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 축소로 인해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크게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주도로 온라인 시장 장악을 위한 '옴니채널'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동시에 이 대표의 전문 분야인 상품 기획 부문에서 힘을 발휘하며 뷰티 제품을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확대되고 있다.

탄탄한 입지와 실적을 갖춘 올리브영의 당면 과제는 상장이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8월 공식적으로 상장을 미뤘지만 올해 중순부터 상장 준비 작업을 수면 아래에서 진행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약세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올리브영은 목표 '몸값'에 근접했다. 올리브영이 목표하는 기업가치는 4~5조원으로 알려졌다.

올해 올리브영의 기업 상장 전 영업이익(EBITDA)이 올해 5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목표 몸값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상장을 연기했던 당시 올리브영이 인정받았던 기업가치는 3조원대에 그쳤지만 시장 상황이 완화되면 4~5조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올리브영 상장은 CJ그룹 오너가 승계 작업과도 연계돼 있어 그룹 핵심의 관심이 지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올리브영의 지분을 각각 11.04%, 4.21% 보유하고 있다. 올리브영 상장 후 두 사람이 지분을 처분하면 승계를 위한 재원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자녀들이 지주사인 (주)CJ의 이 회장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납부해야할 증여세만 6000억원이 넘는데 올리브영이  높은 가격에 성공적으로 상장돼야 그 재원을 마련하는데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거듭된 악재에 부딪친 올리브영이 올해 안에 거액의 공정위 과징금까지 부과받게 된다면 상장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막대하다면 재무 상황뿐만 아니라 상장 작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상장을 통한 목표 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올리브영 상장 시기는 더욱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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