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은행에 유리…차주 부실 확대는 부담
정부 가계대출 틀어막기…대출이자율 증가에 ‘미소’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초입에 놓인 주요 은행 ATM. 장석진 기자.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초입에 놓인 주요 은행 ATM. 장석진 기자.

내주 이어질 주요 금융지주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각사별 표정관리가 쉽지 않다.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이 뾰족한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그동안 ‘기댈 구석’이었던 은행 실적도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 등 차주 부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 이슈에 투자한 해외 자산 등에서도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이다. 오히려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의 대출이자 상향 허용에 기대야 할 처지다. 다만 이는 ‘기우’에 그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주 실적발표에 나서는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순이익 합계 전망은 약 4조3180억원 수준이다.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지만 전년 동기 4조8876억원에 비하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주요 금융지주 모두 3분기 실적에서 고전했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리딩금융인 KB만이 전년 대비 약 +6% 수준인 1조3450억원의 순이익이 기대된다.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에서 은행의 실적 기여도는 대략 60~90% 수준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실적 확대와 비은행 부문의 고전이 겹쳐 나타난 결과다. 2021년 8월 0.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약 2년 만에 3.5% 수준을 유지하면서 예대마진의 규모가 커진 탓이다.

다만 각사별 상황이 다 똑같진 않다. 기준금리가 수개월째 묶여있지만 시중금리(채권금리)는 글로벌 시장 상황을 반영해 계속 변동하기 때문이다. 대출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의 비율에 따라 조달비용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KB금융의 경우 워낙 고객기반이 넓고 그만큼 은행 입장에서 저원가성인 요구불예금의 규모가 크니 시중금리가 올라도 상대적인 영향이 적다. 오히려 여신(대출)규모가 가계와 기업할 것 없이 모두 늘어나는 현 상황은 이익의 폭이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된다.

다만 기존에 빌려줬던 자산들이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점차 부실화되는 것은 부담이다. 이른바 고정이하여신(5등급 중 3등급) 이하를 관찰하다 상환 가능성이 낮아지면 상각과 매각을 통해 회계계정에서 치워야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것 같지만 벌어들인 돈에서 이렇게 부실화돼 정리해야 하는 비용, 향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규모, 공적 기능 수행을 위한 각종 비용 지출 등을 가감해 이익의 증감을 추정한 결과 3분기 은행들의 실적이 별로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해외에 투자했던 부동산 자산 등이 경기 침체와 비대면 상황 고착화에 따른 공실 등의 여파로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여전히 진행중인 사모펀드 관련 사적 화해 등 일시적 비용 등의 영향도 더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기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행된 정책적 지원이 끝을 향해 가면서 링거를 빼면 환자가 얼마나 기력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미 은행들이 상반기 실적에서 역대급 실적이었던 전년 전체 실적의 60%를 냈고, 조달비용 부담과 차주 부실화 위험이 전체 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 확대된 실적에 따라 연초 발표한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고, CET1(보통주자본비율) 기준 상향에 따른 자산건전성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기업들의 실적 반등과 개인들의 부실화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상승과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맞물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예금금리가 연 4%를 넘어서고 미 연준의 긴축 기조로 채권금리가 치솟자 은행권 주담대의 변동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석달만에 올라 기존 차주들의 부담 증가와 신규 차주들의 대출 욕구 감소가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8월(3.66%)보다 0.16%p 높은 3.82%로 집계됐다. 코픽스는 6월 3.70%까지 올랐다가 7월(-0.01%p)과 8월(-0.03%p) 하향세를 보이다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잔액 기준 코픽스도 3.86%에서 3.88%로 0.02%p 높아졌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그동안 코픽스의 주요 구성 요소인 수신금리와 채권금리가 계속 상승해왔던 만큼 예상했던 결과다.

코픽스가 올라가면 그만큼 조달비용이 많이 드니 대출이자도 올려야 했지만 그동안 예대마진을 줄이라는 정부 기조로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금리를 낮게 유지하려 애썼다. 다만 최근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가계대출 확대가 도마에 오르면서 대출금리를 높일 명분이 마련된 상황이다. 3분기 은행들의 실적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고 해도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닌 이유다.

시중 은행들은 17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4.44∼5.84%에서 4.60∼6.00%로 높아진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역시 4.53∼5.73%에서 4.69∼5.89%로 오른다.

메리츠증권 조아해 연구원은 “은행은 높은 자본비율, 선제적 대손충당금 지속 적립으로 건전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물론, 명확한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높은 주주환원 수익률(10월 10일 기준 9.4%)을 기록하고 있다”며, “우려대비 양호한 실적으로 안정적인 ROE(자기자본이익률) 달성 및 명확한 주주환원율 상향 흐름을 고려해 투자의견 OVERWEIGHT(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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