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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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이 수소, 태양광 등 다양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에너지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사업 환경 등이 열악해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세계 수소 생산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2014억 달러가 될 전망으로, 이는 지난 2020년보다 9% 이상 성장한 규모다.

현재 국내에서는 SK·현대차·포스코·한화·롯데 등 대기업들이 오는 2030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고 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수소사업을 뒷받침 할만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수소 사업은 이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역점 사업 중 하나였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 탈(脫)원전 정책 폐기로 에너지 사업이 원전에 집중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황이다.

이에 그룹 총수들도 수소사업에 힘을 빼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수소 전시회 ‘H2 MEET 2023’에서는 주요 그룹사인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포스코그룹 등 3곳의 총수가 모두 불참했으며 이를 대신해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과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 김희철 한화에너지 사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총수들이 직접 참석한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주요 사업이 아닌 만큼 기업 총수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수소사업은 수소생산 및 공급을 목표로 하기에는 시장규모가 한정적이므로 일본처럼 세계 시장을 목표로 추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과 제품을 실증을 통해 검증하고 시장 출시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시장 초기인 지금단계에서는 미국처럼 수소생산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나 투자세액 공제 등의 정책적 지원과 개발한 제품을 검증할 수 있는 복합 수소 실증단지의 구축, 그리고 시장 출시를 위한 각종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정부가 수소 대신 원전 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는데다 수소사업의 경우 인허가 관련 부서가 많고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도 많아 사업 발전에 제약이 많다.

이에 가속화되고 있는 수소 시장에서 일본에 뒤처지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복합 실증단지, 수소산업 전담 인허가, 규제 개선 기구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2023년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7GW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사업 비중은 커지는데 국내에서는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의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 전경. 한화솔루션 제공
한화솔루션의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 전경. 한화솔루션 제공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를 보면 2020년 4.7GW를 정점으로 국내 태양광발전 설치량은 감소하고 있고 정부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2.5~3GW 내에서 정체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30.2%(185.2TWh)에서 21.6%(134.1TWh)로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자 20년 동안 고정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한국형 FIT)도 폐지됐다. 국내에 태양광 산업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기여한 제도임에도 지난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다가 갑자기 지난 7월 사라졌다.

태양광을 비롯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내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재생에너지지원’ 항목 예산은 6054억원으로 올해(1조490억원)보다 42.3% 감소했고, 지난해 예산(1조2657억원)과 비교해도 52.2% 줄었다.

반면 정부는 원전 산업 지원을 위한 예산은 대폭 증액했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과 원전 수출 보증 예산 사업을 신규 편성했드며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은 전년 대비 26.1%,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예산은 전년 대비 760% 큰 폭으로 늘렸다.

이처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국내 태양광 사업이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인버터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대부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 기업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파산했다. 현재 남아 있는 기업마저 최근 들어 태양광 내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량을 축소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으로 큰 실적을 내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국내가 아닌 미국 시장에서 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미국 주택·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현재 주택용 모듈은 35.0%, 상업용은 35.3%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추세와 달리 한국은 재생에너지 규제 일변 정책과 지원 예산 축소로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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