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리튬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전기차 판매도 둔화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돌파구 마련을 꾀하고 있으나 당분간 경영환경은 어려울 전망이다.

리튬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를 비롯해 배터리 소재 및 관련 업계 전반적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이 흐리다.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NCM) 배터리 및 양극재 제조에 주력하는 국내 배터리·소재업체의 경우 주요 원재료인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등의 가격 변동에 제품값이 영향을 받아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런던금속거래소(LME)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t당 7만달러를 웃돌던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속 하락하면서 지난주 2만8000달러 선까지 추락했다. t당 4만5000달러 대를 기록했던 지난 7월 초와 비교해도 30% 이상 하락한 수준으로, 두 달 사이 급격히 떨어졌다.

리튬 가격이 이렇게 하락세를 탄 이유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리튬 수요가 늘어나자 중국 리튬 업체들이 공급량을 확대했는데, 최근 전기차 판매율이 둔화되면서 과잉 공급이 발생한 것이다.  글로벌 1위 업체인 중국 CATL은 공급과잉으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넘쳐나는 배터리를 더욱 저가에 판매해버릴 경우 국내 배터리사들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점은 시장에서 리튬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오는 2028년까지  지속적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글로벌 광산 업체의 리튬 생산량이 올해 95만t에서 연평균 19.6%씩 증가해 2030년 333만t으로 늘어나는 반면 리튬 수요량은 2023년 79만t에서 연평균 18.1%씩 올라 2030년 253만t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 하락세로 배터리사들의 올해 하반기 수익성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자재 가격과 판가를 연동해 공급하고 있어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경우 판가도 당연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중 국내 배터리 3사 중 1위를 달리며 견조한 실적을 보이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3·4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고객사 발주 감소의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방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따른 수요 약세 우려도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45%나 줄어든 6683억원으로 추정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빌딩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로비 모습. /사진=뉴스1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며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매출의 26.6%를 미국에서 올렸는데, 지난해 2월에 인수한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 통합(SI) 기업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전 NEC에너지솔루션)'를 중심으로 하반기에도 미국 ESS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앞서 이달 중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ESS 전시회 'Re+ 2023'에 참가해 ESS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4대 핵심 사업전략으로 ▲미국 현지 대규모 생산공장 운영 ▲현지 공급망 체계 강화 ▲차별화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력 ▲시스템통합(SI) 역량 등을 발표하고 최신 ESS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중 미국 대규모 생산공장 운영의 경우 총 3조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에 총 16GWh 규모의 ESS LFP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포부로, 오는 2026년 양산이 목표다.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최초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ESS사업부장은 "검증된 생산능력과 차별화된 ESS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5년 내 ESS 매출을 3배 이상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나온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점유율 확대, 원통형 '4680 배터리' 수주 기대감, LFP 중심 ESS 전력망 수주 확대 모멘텀을 갖고 있어 셀 업체 내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ESS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선제적인 우위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ESS 시장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으로 손꼽히는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은 2022년 12GWh에서 2030년 103GWh까지 10배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인구 약 4000만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보다 높은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 ESS 시장의 성장세가 자사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한 다양한 대책 마련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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